올해 상반기 5대 시중은행에서 예적금 잔액이 크게 늘고 가계대출 잔액은 다달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기 주식, 암호화폐(가상자산)와 같은 위험 자산에 투자된 자금들이 안정적인 은행 예적금으로 돌아오는 ‘역(逆) 머니무브’ 현상이 완연해지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22조 5602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 237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과 비교해 반년 만에 32조 5236억 원 급증했다. 이 중 예금이 30조 1600억 원 늘었고 적금은 2조 3636억 원 증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취급액 기준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 1.79%에서 5월 말 2.22%로 0.43포인트 뛰었고 적금 금리는 1.61%에서 2.06%로 0.45포인트 올랐다. 기준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은행을 향하는 ‘뭉칫돈’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가계대출은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9조 6521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 4094억 원 줄었다. 지난해 말과 견줘 9조 4008억 원 급감했다. 올 들어 매달 역성장했다. 뒷걸음치고 있는 가계대출은 신용대출 탓이다. 6개월 동안 신용대출은 9조 원(8조 8783억 원) 가까이 줄었다. 이달부터 신용대출 연소득 100% 제한은 풀리지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강화돼 대출 감소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는 관행이 정착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