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서로 잘 아는 사이라서 연습을 많이 하지 못해도 걱정이 하나도 안 되는 거예요. 다른 캐스트가 있지만 공주와 같이할 때 가장 편해요.” (김우형)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서로 연기의 결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무대 밖에서도 의지가 되는 친구이자 동료인데 우형이가 한다고 해서 감히 ‘아이다’를 다시 할 수 있었어요.” (윤공주)
2005년 국내 초연 이래 꾸준히 관객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아이다’는 올 5월 시작한 여섯 번째 시즌도 순항하고 있다.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객석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8일께 ‘명성황후’ ‘캣츠’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노트르담 드 파리’ 등에 이어 누적 관객 100만 명 고지를 밟을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다’의 두 주인공인 아이다와 라다메스 역할의 윤공주와 김우형은 작품의 이러한 인기를 함께 지켜봐온 배우들로 꼽힌다. 김우형은 2012년 재연에서 캐스팅된 이래 한 번의 시즌을 제외하고 계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윤공주는 2016년 네 번째 시즌부터 아이다를 연기하고 있다. 공연장인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최근 두 사람을 만났다. 김우형은 ‘아이다’의 꾸준한 인기에 대해 “요즘 나온 작품에 비하면 클래식하고 오래됐지만 조명·음악·연출 등에서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다’는 원래 2019년 공연이 마지막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한 번 더 공연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2019년 공연 때 예정했던 부산 공연이 코로나19로 취소됐기 때문에 제대로 마무리하자는 공감대가 컸다. 윤공주는 “물리적으로 많은 나이지만 좋은 역할이고 코로나19로 공연이 취소된 터라 아쉬움을 채울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캐스팅 연락을 받고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우형은 40대가 되면서 에너지 넘치는 라다메스 캐릭터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지만 다시 무대에 섰다. 대신 배우로서 갖고 있는 세포를 깨우기 위해 여러모로 더 치열하게 연습에 임했다.
대신 이번 시즌에 바뀐 연출자의 스타일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다. 김우형은 이번 시즌의 연출에 대해 “밑그림을 볼펜으로 진하게 그린 후 색칠은 파스텔로 한 느낌”이라며 “섬세하고 진하게 밑그림을 그렸지만 객석에서 보기에는 따듯한 정서를 녹였다”고 소개했다. 윤공주는 “이전에는 아이다의 강인함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누비아의 공주라는 리더 역할과 라다메스와의 사랑 사이 갈등 등을 복합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초연 당시 작품의 오디션에서 탈락한 지 10년 만에 다시 캐스팅됐던 윤공주도, “이 작품이 내 뮤지컬 인생의 전부”라는 김우형도 이번을 끝으로 캐릭터를 보내줄 준비를 하고 있다. 선배가 되고 나이를 먹을수록 보내야 하는 작품이 생기는 게 자연스럽다는 것이 두 사람의 말이다. 윤공주는 “이 작품으로 성장한 면이 많아서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고 했고, 김우형 역시 “어디 가서도 자신 있게 내 작품이라고 말했지만 잘 마무리하고 보내주려 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