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 지어진 원자로 10개 중 8개 이상에 러시아와 중국 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와 세계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값싸고 탄소 배출이 적으며 발전 능력이 뛰어난’ 원전이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원전 주도권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에 넘어간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2일(현지 시간)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7년 이후 건설된 신규 원자로 31개 가운데 27개가 러시아 또는 중국의 설계를 토대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티흐 비톨 IEA 사무총장은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이 동시에 타격을 받는 속에서 원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도 “그러나 서방을 포함한 선진국은 원전 주도권을 (러시아와 중국에) 잃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원자력 발전량은 2020년 대비 2배로 늘어나야 한다고 IEA는 추산했다. 그만큼 신규 원자로가 많이 건설돼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독보적인 설계 기술을 가진 러시아와 중국에 유리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요국들을 친(親) 원전 기조로 돌아 세웠다. 영국의 경우 현재 15%인 원전 비중을 2050년 25%로 늘리기 위한 자금조달과 건설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기존 원전 부지 내에 신규 원자로를 6기 건설하기로 결정했고 추가 8기 건설도 고려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원전 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지난해부터 향후 15년 동안 신규 원전 최소 150기를 추가로 짓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지난 35년간 지은 원전 수보다 많은 수이며, 계획한 원전이 모두 지어질 경우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세계 최대 원전국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