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알몸김치'보다 무서운 고물가…수입김치 다시 증가세

5월 수입량 2만4844톤…역대 최대

중국 '알몸배추' 파동 전보다도 늘어

국산 3만 원일때…수입은 1만 원대

채솟값 뛰자 중국산 김치로 갈아타





지난해 3월 중국 ‘알몸 배추’ 파동 이후 줄어든 김치 수입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올 5월 수입량은 관련 통계 기록이 시작된 2007년 이후 동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산이다. 외식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각종 물가가 오르면서 원재료 부담이 높아진 외식 자영업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수입 김치를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올 5월 김치 수입량은 2만 4844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2만 1147톤) 대비 17.4%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3월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이른바 ‘알몸 배추’ 파동이 일어나기 전인 2020년 5월(2만 4315톤)과 비교해서도 수입량이 소폭 늘었다. 지난달 1~20일 김치 수입량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18.7% 증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김치 수입량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김치 수입량은 2019년 30만 6050톤으로 최대치를 찍고 점차 감소하는 추세였다. 2020년 수입량은 28만여 톤을 기록했다. 여기에 중국에서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며 여론의 공분을 샀고 지난해 수입량은 큰 폭으로 꺾인 24만 톤에 그쳤다. 당시 소비자들은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였고 자영업자들은 불똥이 튈까 부랴부랴 국내산 김치로 거래처를 바꾸는 등의 조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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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김치 수입량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는 물가 상승이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과 채소 가격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진 자영업자들이 중국산 김치로 갈아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음식점에 들어가는 국내산 김치(10㎏) 가격은 3만 원에 육박한다. 반면 중국산 김치(10㎏)는 1만 1000~1만 5000원으로 2~3배 차이가 난다. 고춧가루도 국산이 수입산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음식점과 단체 급식 등 기업간거래(B2B) 김치 시장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경기도 안양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구 모(63) 씨도 올해 찌개에 들어가는 김치를 수입산으로 바꿨다. 이 씨는 “가격이 2~3배가 차이가 나는데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부담이 계속 커지면 반찬으로 나가는 김치 원산지도 수입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일부 외식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국산 김치를 쓰고 있다. 중국산을 기피하는 현상에 김치를 수입산으로 바꿨다가 자칫 단골 손님들이 떨어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산 김치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에 이른 장마까지 덮치며 각종 채솟값이 무섭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1일 배추(10㎏) 도매가는 1만 2600원으로 1년 전(6648원)보다 90% 이상 비싸졌다. 날씨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한 데다 재배 면적 자체가 감소하면서 배추 생산량이 줄어든 탓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기름값 등 생산비가 오르면서 올해 김장에 쓰이는 가을배추 재배 의향도 전년보다 6%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오이(127%), 양파(118%), 당근(66%), 무(50%) 등 주요 농산물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가격이 크게 오른 상태다. 주요 식품 업체들은 올 하반기 김치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J제일제당 ‘비비고’와 대상 ‘종가집’은 올 초 포장 김치 가격을 평균 5~7%가량 인상한 바 있다. 단체 급식 사업자인 현대그린푸드가 납품 업체로부터 받는 김치 가격도 1㎏당 지난해 말 2854원에서 올 1분기 2933원으로 3%가량 비싸졌다.

김치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먹거리 안전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원산지 표시 위반으로 적발된 중국산(2169건) 품목 중 72%는 배추김치로 나타났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업체일수록 국산과 수입산을 혼합해 국산으로 판매하는 등 불법행위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는 10월부터 국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인증 평가를 받아야 하는 배추김치 해외 제조 업체 기준을 연간 수입량 1만 톤 이상에서 5000톤 이상으로 낮추고 안전 기준을 강화한다. 만약 해썹 인증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는 수입이 중단된다.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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