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자장사' 막힌 금융주…주가도 털썩·시총 8.4조 증발

빠른 금리 인상 속도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

금융당국의 경고장도 주가 상승 막아

가계대출 감소세·불확실한 대외 환경도 빨간불

시총 8조 3868억 증발





최근 금융 당국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면서 대표적 금리 인상 수혜 종목인 금융주의 주가가 짓눌리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가계대출 규모도 감소하고 대손충당금 확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하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105560)은 전일보다 0.75% 오른 4만 7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금융 당국의 ‘대출금리 조이기’ 발언이 나온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주가는 9.21% 하락하며 힘을 못쓰고 있다. 같은 기간 4.06% 하락한 코스피와 비교할 때 눈에 띄는 하락 폭이다. KB금융 외 신한지주(055550)(-6.87%)와 하나금융지주(086790)(-8.57%), 우리금융지주(316140)(-12.82%) 등 4대 은행지주와 카카오뱅크(323410)(-15.35%)도 같은 기간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8조 3868억 원 증발했다.



금융주는 부진은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 속도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반한 비용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국면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기업의 채산성 악화 등 차주의 신용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장·단기 금리 차가 좁혀지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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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은행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을지로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국내 은행 17곳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자체적으로도 대출금리의 급격한 인상 조정 시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 등에 대해서는 다른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거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출금리가 낮아지면 예대금리차도 줄어들어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된다. 결국 은행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대출 가산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NIM 상승세도 둔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감소세를 보여 향후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의 주력 사업인 대출이 감소하면 금융지주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대 금융지주 은행의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565조 2950억 원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 1월부터 6개월 연속 빠지며 7조 원 넘게 감소했다. 대손충당금 추가 확대 부담도 주가를 누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은행 업종 합산 순이익은 5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컨센서스를 4% 하회하고 전 분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미래 경기 전망 하향으로 기존 충당금 적립 잔액의 10%만큼 2분기에 추가로 적립하고 자본시장 부진으로 비이자 이익이 감소할 점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도 부담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세적인 반등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스피 대비 초과 상승세 전환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 5%가 넘는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는 기존 차주의 금리를 1년간 연 5%로 일괄 인하하고 5% 초과분은 은행이 대신 부담하는 움직임이 장기적으로 금융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따라 대출자가 연쇄적 장기 연체에 빠지기 전에 은행 스스로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향후 높아질 수 있는 금융 안정 위험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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