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 규모를 작년 대비 절반 이상을 줄여야 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벤처캐피탈(VC) A사 관계자)
“돈줄이 말랐다. 인원 감축 요구는 물론 긴급 점검까지 들어오고 있어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스타트업 B사 관계자)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끝나면서 유동성이 줄어들어 벤처캐피털(VC)들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돈맥경화 공포로 스타트업계가 혹한기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벤처기업협회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등에 따르면 6월 스타트업 신규 투자는 총 163건으로, 투자 금액은 1조755억 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직전 5월 보다는 투자액이 늘었지만 투자 건수는 줄었다. 특히 스타트업 투자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7월 2조9544억 원(123건)과 비교하면 63.6%가 빠졌다. 1년새 3분의 2 토막이 난 것이다. 다만 올 상반기 최대 투자 금액인 7800억 원 가량의 투자를 받은 가상자산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 ‘델리오’을 포함하면 그나마 6월 신규 투자는 1조8555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투자 개념보다는 협업을 위한 공급계약으로 성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지난해 7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1개월 동안 7개월 가량이 전달 대비 감소하는 투자에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뭉칫돈이 몰렸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빠르게 쪼그라들면서 정체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런 탓에 매달 1조원 이상 규모를 이어오던 시리즈 투자가 흔들리며, 9619억 원으로 내려 앉았다.
벤처협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사실상 끝나면서 유동성이 줄어 투자 위축과 함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최근 들어 투자한 스타트업에 성과 요구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어 VC업계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선별 즉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순환에 제동이 걸리면서 스타트업 엑시트(exit)도 발목이 잡혔다. 스타트업 엑시트는 투자받은 스타트업이 M&A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회수시켜주는 과정을 말한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 M&A는 총 82건이다. 금액 미공개 건을 제외하면 총 1조1528억 원이 투입됐다. 지난해 상반기 M&A 투자금액은 총 5조680억 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이상이 나면 급격하게 감소했다.
덩달아 프리 IPO 투자 규모도 고전 중이다. 2022년 상반기 국내 스타트업 투자 단계별 투자 규모 분석 결과, IPO를 앞둔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프리 IPO 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0% 감소했다. 2021년 상반기 프리 IPO 투자 규모는 총 1조496억 원(21건)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4222억원(16건)으로 대폭 하락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과감한 투자가 어렵고 회수를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실력 있는 스타트업만 투자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