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에 반도체 제조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통신이 인용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 부장관은 5월 말 네덜란드를 방문해 ASML의 구형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중 일부를 중국에 판매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ASML은 네덜란드의 반도체 노광 장비(반도체 회로를 찍어내는 초정밀 장비) 제조 업체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을 이미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SMIC(중신궈지)·화훙반도체 등 중국 반도체 업계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DUV 노광 장비는 최첨단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자동차·스마트폰·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여전히 필수적이다.
네덜란드가 자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을 상대로 이 같은 조치를 단행할지는 미지수다. ASML 대변인은 “중국 수출 금지 논의는 전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페터르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 역시 DUV 노광 장비의 중국 수출 금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