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648조 원에 달하는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한국에 진출한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면서 투자업계가 위축되는 양상이지만 글로벌 큰손 투자가들은 국내 알짜 기업이나 자산에 투자할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폴로는 한국사무소 설립을 결정하고 헤드헌터를 통해 한국 대표를 물색하고 있다. 주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PEF나 IB, 국내 대형 PEF에서 실무를 총괄하는 파트너나 전무급(매니징 디렉터) 인사를 중심으로 스카우트를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IB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국내 진출한 외국계 PEF의 파트너나 임원에서 아폴로의 한국 대표로 간다면 영전이나 승진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폴로는 한국 대표를 단독으로 두거나 명망가와 전문가 투톱 체제로 세우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의 홍콩사무소에는 우정사업본부 출신의 박재영 전무와 HSBC홍콩에서 대체투자를 전담한 데이비드 문 등 일부 한국인 및 한국계 인력이 근무 중이어서 한국사무소가 개설되면 이동 여부도 주목된다.
1990년 투자전문가 마크 로언 등 3명이 미국 뉴욕에서 설립한 아폴로는 지난해 말 기준 4980억 달러(약 648조 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세계 3대 PEF인 블랙스톤·칼라일·KKR에 이은 4위 규모다. 상장사인 아폴로의 시가총액은 283억 달러(약 36조 7000억 원)로 지난해 순익만 18억 4000만 달러(약 2조 4000억 원)에 달했다.
아폴로는 사모신용대출(PDF)과 PEF 운용, 부동산 투자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PDF에서 운용 자산 기준 세계 1위다. 82조 원을 운용 중인 PEF는 지금까지 전 세계 175개 기업의 경영권 및 지분 인수를 단행했는데 각종 비용을 고려한 순내부수익률(Net IRR)이 25%에 달해 탁월한 투자 선구안을 과시해왔다. 아폴로는 지난해 자회사였던 보험사 아테네를 합병했는데 투자 기간이 반영구적인 보험사 운영의 특성상 아폴로는 장기 기관투자가로도 명성을 날리고 있다.
아폴로는 그동안 국내 기업 인수 및 투자를 몇 차례 시도했다 최종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는데 이 같은 실패 경험이 한국 진출의 자극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는 지난해 SK루브리컨츠가 1조 원 규모의 지분 투자가를 확보하는 경쟁입찰을 실시할 때 참여했지만 국내에서 처음 PDF 사업에 나선 IMM크레딧솔루션에 밀렸다.
아폴로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전에도 국내 기업 인수 등에 나섰다 수차례 불발된 아폴로 입장에서는 실적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SK루브리컨츠 투자에서 빠진 것이 뼈아팠을 것”이라며 “일진머티리얼즈·롯데카드·맘스터치 매각 등 알짜 인수합병(M&A) 매물이 많고 SK온의 대규모 투자 유치 등 국내시장에 투자 기회가 많은 것도 주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폴로가 2018년 경영권을 보유하던 반도체 소재 기업 모멘티브를 KCC(002380)에 매각해 적잖은 수익을 챙긴 것도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는 후문이다.
국내에는 현재 KKR·칼라일·TPG·베인캐피탈·CVC·베어링PEA·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외국계 운용사가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한국인 투자전문가 채용을 늘리고 있다. 특히 KKR이 최근 인력을 30명까지 늘렸고 유럽계 PEF인 EQT파트너스는 베어링PEA를 아예 인수하기도 했다. 2014년 국내에서 철수했던 블랙스톤은 올해 1월 재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