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6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6%대 물가와 1300원대 환율만 보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묵언 기간에 돌입했다.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개인 의견이 표출돼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금통위원은 물론이고 한은 임직원 모두 통화정책과 관련된 언급을 피하는 기간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제 수장 회동이 있었던 4일부터 말을 아끼고 있다.
문제는 물가나 환율·유가 등 각종 경제지표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어느 때보다 금통위 결정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 추세가 아직 꺾이지 않은 만큼 금리 인상은 확실하지만 인상 폭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대다수 기관은 각종 물가 지표를 근거로 금통위가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24년 만에 6%대로 올라서면서 과감한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6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나 오른 것은 한은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모건스탠리 등 국제 기관들도 빅스텝 가능성을 전망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은 금리 인상의 당위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했다.
이달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과 이로 인한 환율 불안도 빅스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지 않으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스텝만 밟아도 금리는 역전된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환율 불안 우려도 크다. 달러 강세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로 올해만 외환보유액이 248억 달러 넘게 줄어든 만큼 원화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가능성과 국제 유가 급락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를 유발하는 ‘오버킬(overkill)’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186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계 금융 비용 부담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