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로부터 ‘불효자’로 취급받던 제약·바이오주가 최근 하락장에서 눈에 띄는 반등을 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도 제약·바이오 종목들에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성장주로 꼽히는 바이오주들이 상반기 금리 급등기에 낙폭이 유독 두드러진 가운데 최근 금리가 반락하자 주가 매력이 올라갔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은 경기와 무관하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반기 몰려 있는 개별 종목별 상승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1.91% 오른 18만 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셀트리온은 최근 3주간(6월 16일~7월 6일) 22.70% 상승했다. 코스피가 6.35% 하락한 것과 대비되는 주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도 같은 기간 각각 19.02%, 10.68% 올랐다. 이들 종목이 거래되는 코스닥이 6.85%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상승 폭이다. 셀트리온뿐만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상승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1.27%), SK바이오사이언스(15.17%), 유한양행(5.35%), 한미약품(11.80%) 등이 같은 기간 상승세를 보였다. KRX헬스케어지수도 7.63% 상승했다.
올 들어 제약·바이오 기업의 낙폭이 과대했다는 인식에 최근 저점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모멘텀이 사라지자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실제로 올해 들어 KRX헬스케어지수는 20.56% 하락했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현금성 자산보다 시총이 저렴한 바이오텍 기업의 비율도 역대 최고”라고 말했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 제약·바이오 종목들은 상반기 낙폭이 커 저점에 도달해 최근 경기 방어주로서 주가가 상승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종목들은 해외 기업들보다도 더 많이 조정을 받아 이에 반등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제약·바이오 업계에 상승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가 유럽에서 출시되고 기존 바이오시밀러의 성장세가 이어지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베그젤마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판매승인 권고’ 의견을 받았다고 6월 27일 밝혔다. 또 내년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3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4일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19만 8000원에서 22만 2000원으로 상향하며 “2022년 말~2023년 상반기 셀트리온의 실적 고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품목허가’ 호재가 대기 중이다. 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여부가 각각 9월과 11월 결정된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단일 요법 임상 3상 결과가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명선 연구원은 “과대 낙폭에 대한 반등 추세에 하반기 연구개발(R&D) 관련 모멘텀이 몰려 있는 것도 기업들의 주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추가 기술이전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알테오젠과 레고켐바이오·에이비엘바이오는 최근 3주간 각각 35.57%, 23.23%, 6.79% 상승했다. 박 연구원은 “상반기 국내 업체들의 라이선스 딜이 부진했다”며 “하반기 기술이전 기대감이 있는 업체들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GBP510 개발에 성공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추가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부활하며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하며 백신 접종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일일 코로나19 확진자도 증가 추세다. 면역 회피 가능성이 큰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세부 계통 변이인 BA.5 변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전날(현지 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면역 회피 가능성이 큰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세부 계통 변이인 BA.5 변이가 자국에서 우세종으로 올라섰다고 밝혔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화이자(6.45%), 모더나(21.01%), 노바백스(55.93%) 등 미국 백신 제조사들도 지난달 15일(현지 시간)부터 이달 5일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 제약·바이오주가 최근 거시 경제 환경과 크게 관련이 없다는 특징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박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와 인플레이션에 의한 비용 상승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의약품은 필수 소비재로 수요가 꾸준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