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역대급 엔저 효과 누리자"…日 ETF에 '뭉칫돈'

'TIGER일본니케이225'

한달간 1175억원 유입

순자산 1000억 넘어서


기록적인 ‘엔저(低)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증시에서도 환율 효과를 누리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100주 단위로 매수해야 하는 일본 주식 ‘직투’보다는 소액 매수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8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TIGER일본니케이225’ ETF는 최근 순자산 1000억 원을 돌파해 1286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에 상장된 일본 ETF 가운데 순자산이 1000억 원을 넘긴 것은 이 상품이 처음이다. TIGER일본니케이225는 일본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225개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인 닛케이225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 일본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소프트뱅크,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인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주요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우선 2분기 내내 이어지고 있는 ‘엔저 현상’이 해당 상품의 순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TIGER일본니케이225는 2016년 3월 국내 증시에 상장했지만 6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순자산이 130억~160억 원대를 맴돌았다. 하지만 지난 한 달여 동안 1175억 원의 뭉칫돈이 유입되면서 순자산이 8배 이상 급격히 불어났다. 엔화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ETF인 ‘TIGER엔선물’ ETF 역시 최근 한 달 사이 자금 순유입이 늘어나며 순자산이 67억 원에서 113억 원으로 68%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달 엔화가 기록적인 저점까지 하락하자 엔화 투자 상품과 엔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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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현상이 일본 수출기업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일본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선방하고 있는 점도 주목 받았다. 6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3%, -16%의 수익률을 보이고 미국 나스닥도 8.7% 이상 내려앉은 가운데 일본 닛케이225는 3.25% 내리는 데 그쳤다.

ETF를 통할 경우 엔화 및 일본 증시에 소액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엔저 효과를 노려 일본 우량 주식을 ‘저가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일본 주식은 매수 단위가 기본 100주에 달해 접근이 쉽지 않다. 반면 일본에 상장된 ETF의 경우 1~10주 단위로 순매수가 가능하며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ETF는 1주 단위로도 매수할 수 있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실제 최근 한 달 사이 일본 ‘직구’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목록에는 ‘넥스트 펀드 토픽스(370만 달러)’ ETF나 1주 단위로 매수가 가능한 ‘글로벌X재팬 그린 J-리츠(152만 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팀장은 “엔화 약세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본 수출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일본 주식시장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는 모습”이라며 “일본이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소액으로도 간편하게 투자 가능한 상품이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엔화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본격화된 3월 이후부터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기 시작해 2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는 시점부터 더욱 큰 폭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긴축 행보와는 반대로 일본이 완화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자 미국·일본의 기준금리 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6월 미국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달러당 엔화는 24년 만에 최고치인 135엔을 돌파했다. 이 기간 원·엔 환율 역시 100엔당 930~940원대에 도달하며 5년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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