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얀덱스







러시아는 한국·중국·일본과 함께 구글 검색 엔진이 선두를 차지하지 못한 4개국 중 하나다. 러시아에는 검색 시장에서 6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토종 검색 기업 얀덱스가 있다. 얀덱스가 개발한 검색 알고리즘 ‘매트릭스넷’은 어미 변화가 다양한 러시아어의 특성을 반영해 구글이 따라오기 힘든 정확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7년 설립된 얀덱스의 성장 과정은 네이버와 비슷하다. 얀덱스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뉴스·동영상·음악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온라인 쇼핑(얀덱스마켓), 음식 배달(얀덱스이츠), 클라우드 서비스(얀덱스클라우드) 등 사업 다각화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얀덱스의 총매출은 3조 546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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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덱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자율주행차 시장의 리더로 구글(웨이모), GM(크루즈), 포드·폭스바겐(아르고), 바이두에 이어 얀덱스를 꼽았다. 얀덱스는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 2019년 3월 현대모비스와 협약을 맺고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개발했다. 올 1월에는 KT와 인공지능(AI)·로봇 분야 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얀덱스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했다.

얀덱스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 여파로 쇠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310억 달러(약 40조 원) 이상에 달하던 얀덱스의 기업 가치가 70억 달러(약 9조 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혐오감이 커지면서 얀덱스가 세계 각지에서 벌이던 배달 서비스 등이 중단됐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얀덱스 뉴스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커지면서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올 4월 얀덱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레나 부니나는 조기 사임하면서 ‘이웃과 전쟁을 벌이는 나라에서 살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가 블록화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욕이 자국 국민과 기업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리더를 잘못 뽑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점을 절감하게 된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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