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흥과 한, 국악인 땀…글로벌 국악 열풍 비결이죠"

■ '국악 전문가' 현경채 추계예술대 외래교수

블랙스트링·잠비나이 등 국악팀

수십년 실험 거듭하며 실력 축적

월드뮤직계선 공연 티켓 뜨면 매진

국악 발전 위해선 교육 확대해야

현경채 추계예대 외래교수현경채 추계예대 외래교수




“해외에 나가면 티켓 파워가 있는 우리 전통 음악인들을 너무 많이 만날 수 있어요. 공연할 때마다 매진을 기록하는 팀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리 음악이 경쟁력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죠. 이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고 그것이 최근에서야 빛을 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행하는 국악 평론가’로 알려진 현경채(62·사진) 추계예술대 외래교수는 10일 서울 약수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악은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음악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음악인류학자이기도 한 현 교수는 예술의전당 공연자문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통예술위원을 지냈고 현재는 국악방송 ‘FM국악당’을 진행하고 있는 국악계의 마당발이다.

현 교수는 국내에서 일반인들이 우리 전통음악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학교에 국악 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아는 선생님들이 없으니 가르치지도 않는다. 교실에서 서양 클래식만 울려 퍼지는 이유다. 길거리나 미디어도 마찬가지. 들리는 것이라고는 가요나 팝송·힙합 같은 대중음악밖에 없다. 국악을 배우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으니 음악을 고를 선택지도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음악이란 음식과 같아서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며 “국악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알아듣는 사람 역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은 그나마 다행.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국악밴드 이날치 같은 그룹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물론 그냥 얻은 성과가 아니다. 현 교수는 “이날치가 그냥 좋아서 몇 번 한 것이 ‘빵’하고 터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 간 실험을 거듭했고 그 결과물이 이제야 나온 것일 뿐”이라며 “준비가 없었으면 성과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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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이제 겨우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해외에서는 국악이 유명세를 탄 지 오래라는 것이 현 교수의 평가이다. 특히 영·미 위주의 팝 음악에서 벗어나 다양한 나라의 음악을 소개하는 월드뮤직계에서 국악의 입지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2010년 덴마크에서 열린 월드뮤직마켓 ‘워멕스(WOMEX)’에서는 개최국에서 오프닝 공연을 맡는다는 관례를 깨고 한국 국악 그룹이 개막을 알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4인조 퓨전 국악팀 ‘블랙스트링’과 5명으로 구성된 ‘잠비나이’ 같은 국악 그룹의 인기가 높다. “블랙스트링은 쇼케이스만으로 월드뮤직의 유명 레이블 ‘ACT’의 사장으로부터 음반 다섯 장 발매를 약속 받았죠. 잠비나이도 월드뮤직 최고 권위의 잡지에서 ‘베스트아시아아티스트’로 선정됐습니다. 이들이 유럽에서 공연을 가지면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등 장난이 아닙니다. 해외에서 국악의 경쟁력을 알아본 것이죠.” 그가 ‘국악의 시장은 한국이 아니라 세계’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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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한국 국악에 대한 관심은 흥과 한(恨)이라는 한국 전통음악 고유의 경쟁력 외에도 이를 지켜온 전통 국악인들의 노력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는 게 현 교수의 진단이다. 명인과 명창, 왕실 음악가들이 전통 음악에 자부심을 갖고 명맥을 이어오지 않았다면 이러한 성과는 나타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국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음악 위에 문화를 입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만 추구한다면 모든 음악이 대중음악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다. 현 교수는 “월드뮤직계의 한 거물이 방한했을 때 ‘한국의 전통음악을 듣기 전에 한국의 집부터 지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문화와 스토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라며 “음악을 경제적 가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품격과 철학으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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