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다음 달 추석 물가 대책을 내놓는다. 또 기업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를 제거하는 차원에서 경제 형벌을 규정한 법률을 전수조사해 위반 행위에 비해 과도하게 무거운 형벌을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법령의 개선 작업에도 나선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업무 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 보고했다.
이날 기재부가 보고한 내용에는 거시·민생경제 관리, 경제정책 총괄·조정 등 7개의 핵심 추진 과제가 담겼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업무 보고를 통해 “전 부처의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조정하는 컨트롤 타워로서 대내외 경제 현안에 적극 대응하고 외환·재정·조세 당국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기재부는 민생·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잡고 전방위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출과 투자 활력을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는 그간 추진된 유류세 인하, 할당 관세 적용 등 물가 대책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8월 중 추석 민생 대책도 내놓기로 했다.
기재부는 특히 기업의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는 경제 형벌을 과태료와 같은 행정 제재로 전환하고 과도하게 높은 형량을 낮춰줘 기업인이 보다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를 위해 법무부·공정위·기재부 등 관계 부처 태스크포스(TF)를 조속히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경제 형벌 조항을 거의 다 훑고 있다”며 “법리적으로 형사처벌에서 행정 제재로 바꾸는 게 맞는지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혁신의 고삐도 바짝 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과 관련해 민간과 중복되는 기능을 조정하고 방만 경영을 정비하도록 하는 ‘혁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부처 책임을 강화하도록 공공기관 관리 체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혁신 방안을 통해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올 6월 재무 위험 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전력공사·코레일 등 14개 사의 기관별 목표 달성을 위해 분기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산의 매각 여부 등 이행 실적 또한 점검한다.
아울러 시대 착오적인 세제를 손보고 기업과 개인의 세금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법인세의 최고 세율을 22%로 인하하고 각종 부동산 보유세 또한 정상화하게 된다. 민간 주도 성장을 뒷받침하고 세금을 줄여 민간 소비 여력을 확충하는 차원이다.
또한 가업 상속 공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가업 승계에 대한 납부 유예 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통해 자식이 부모의 사업을 이어받는 데 있어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이 같은 상속 세제 개편을 통해 기술·자본의 세대 간 이전을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는 부모 급여, 사병 월급 인상,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등 윤 대통령이 내건 주요 정책 과제를 이행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예산안도 편성하겠다고 했다. 앞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당시 언급했던 규제 혁파 내용 또한 추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재정준칙 설립 및 성과 관리 등의 재정 개혁 등이 업무 보고에 포함됐다.
이날 보고에서 정부 측은 추 경제부총리만 참석했다. 대통령 취임 첫해 업무 보고 때 장차관을 비롯해 실·국장급 인사 10여 명이 배석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윤 대통령이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독대 형식의 업무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재부를 시작으로 여타 부처의 업무 보고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