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엔저의 역습에 대비해야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美 잇단 자이언트스텝 행보에도

BOJ, 경기부양 위해 엔저 고수

韓, 무역 적자 갈수록 확대 우려

수출에 초점 둔 통화정책 펼쳐야





미국이 금리를 높이는 시기에 대부분 국가는 금리를 높여 대응하지만 일본과 중국은 금리를 인하하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번에도 일본은행은 국채를 매입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엔·달러 환율을 137엔 이상 높이고 있으며 중국의 인민은행 또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이 미국과 탈동조화 정책을 사용하는 배경은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다.



문제는 일본의 이러한 엔저 전략이 우리 수출을 줄여서 한국 경제를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의 평가절하는 우리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켜 무역수지 적자 폭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엔저는 미국 금리가 높아지는 하반기로 갈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 우려된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달리 일본의 해외 생산이 늘어났고 한국의 반도체 수출로 일본과 경합 품목이 줄어들어 엔저의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중일은 산업과 무역 구조가 유사하고 상호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 품목이 많다는 점에서 엔저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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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엔저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수출 증대에 초점을 둬 환율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 그동안 정책 당국은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저환율 정책을 운용해 왔다. 이는 외환보유액 감소를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에 비해 올해 6월 외환보유액은 310억 달러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과도한 개입은 시장 환율을 적정 환율보다 낮게 해 수출 경쟁력을 낮출 수 있으며 외환보유액 감소로 위기 신호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일본과 중국과 같이 수출 증대에 의한 무역수지 흑자 유지에 정책의 초점을 두고 과도한 외환시장 개입을 줄여야 한다. 또한 엔화 평가절하 폭만큼 원화 환율이 높아지도록 관리해 엔저로 인한 우리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응해야 한다.

고금리 정책도 필요하다.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시중 유동성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져 있으며 임금 인상 요구와 노사 분규까지 늘어나면서 한국 경제를 위기에 노출시키고 있다. 여기에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미국 금리가 더욱 높아지고 엔저로 인한 한국 무역 적자가 확대될 경우 자본 유출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이 심화할 것이 우려된다. 자본 유출을 막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이고 늘어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필요가 있다. 자본 유출 우려를 낮춰야 외환시장이 안정될 수 있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춰야 임금 인상 요구와 노사분규도 줄어들어 한국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매번 대응책을 마련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외환보유액을 확충했으며 2008년 미니 외환위기 때도 단기 외채를 줄이기 위해 거시 건전성 3종 세트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위기에 노출되는 배경은 금리 및 환율 정책의 선택과 연관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에 일본과 중국은 수출 증대에 목표를 두고 대응해 왔으며 한국은 국내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정책과 환율 정책을 운용했다. 결국 일본은 저금리, 고환율 정책으로 대응했으며 한국은 저금리, 저환율 정책으로 대응했던 것이다. 저환율 정책으로 비록 단기적으로는 물가 안정을 이뤘지만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서 자본 유출로 외환위기 위험에 노출됐던 것이다. 정책 당국은 저금리·저환율 정책 조합을 재검토하고 일본과 중국의 대응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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