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맛있으면 '공장 만두'도 상 받아야죠"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 한국 대사 크리스토프 김씨

식당만 별점 주는 미슐랭과 달리

사람·기업·음료 등도 평가 대상

글로벌 문화전쟁 '첨병' 된 음식

세계 속 한식의 가치 저평가 돼

우리 음식 알릴 좋은 수단 필요

크리스토프 김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 한국 대사크리스토프 김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 한국 대사




“미슐랭은 음식점만을 상대로 별점을 부여합니다. 대기업이나 일반 공장에서 만든 음식은 아무리 맛이 있어도 인정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전문가로부터 혹은 대중으로부터 객관적으로 검증이 된다면 누가 만들었든 상관없이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달 전 세계 셰프와 미식가들이 참여한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Best of Gastronomie)’ 한국 대사로 선정된 크리스토프 김(64) 씨는 1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맛의 평가를 음식점만을 상대로 하는 것은 대상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잡은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는 1984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글로벌 미식가 기구로 현재 미국과 일본·독일·호주 등 17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음식점에만 평점을 부여하는 미슐랭과는 달리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는 사람이나 기업, 음료나 과자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 한국 대사로 선정된 김 씨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1982년 프랑스로 건너가 제과 학교를 졸업한 후 1990년부터 34년간 교육성에서 한국 담당으로 근무했다. 이 과정에서 국적도 프랑스로 바꿨지만 한국과의 인연은 끊지 않았다. CJ와 해태제과·오뚜기식품·진로그룹 등 대기업에서 연구소장과 고문 등을 지냈으며 우리나라에 바게트 빵과 무스 케이크를 처음 알리기도 했다. 프랑스 셰프로 15년간 활동했으며 2007년에는 세계제빵대회 건강빵 부문에서 1등을 차지했다.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에서 선정 대상에게 수여하는 메달.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에서 선정 대상에게 수여하는 메달.



그가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에 동참한 것은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를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 하면 떠올리는 것이 김치와 만두 정도밖에 안 된다. 김 대사가 보기에는 “황당한 수준”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막걸리를 띄우는 방법은 80가지가 넘고 간장·된장을 만드는 것도 큰 범주로만 할 때 30가지를 웃돈다. 김치는 무려 400가지 이상에 이른다”며 “발효 음식을 만드는 위도 38도 안에 있는 국가 중에서도 단연 으뜸인데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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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우리 음식을 알리는 데 적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에서 음식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다. 몸을 다루고 이롭게 하는 ‘약선(藥膳)’이다. 맛있는 것뿐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했다는 의미다. 해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음식 철학이다. 김 대사는 “세계적으로 한국 음식은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것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프 김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 한국 대사크리스토프 김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 한국 대사


그에게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는 이러한 한국 음식의 장점을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수단이다. 미슐랭은 음식점에만 별점을 부여한다. 주방장이 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도,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술이 다른 제품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매력을 지녔어도 별점을 받지 못한다. 공장에서 만드는 음식은 수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평을 해도 소용이 없다. 김 대사는 “훌륭한 맛을 지녔어도 대기업이 만들었다는 이유로 평가 대상에도 들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베스트오브가스트로노미가 일반 공장에서 만든 냉면·만두 등이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가 우리 음식을 해외에 알리려고 노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음식은 단순히 먹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게 김 대사의 지론이다. “현 시대는 문화 전쟁의 시대입니다. 음식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를 빼앗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음식을 문화 전쟁의 첨병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최근 그는 미얀마에 농산물을 재배하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이다. 이를 위해 현지 정부와 산단 부지를 얻고 법인세를 면제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대사는 “기후 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머지않아 우리 식재료가 우리 땅에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우리의 농산물뿐 아니라 우리 음식도 설 땅을 잃게 된다. 지금은 식량 안보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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