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필즈상' 허준이 교수 "韓 교육, 지나친 경쟁이 수학 흥미 잃게해"

[고등과학원서 기자간담회]

“학창시절, 공부 아닌 평가에 사용” 지적

수학 흥미 유지하려면 “잘 쉬어야” 강조

길게 보는 연구 위해 고용 안정 보장돼야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오승현 기자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오승현 기자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겸 프린스턴대 교수가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돌아보며 한국 교육 제도 및 한국 수학 연구 문화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한국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잃는 원인으로는 한국 교육 제도의 지나친 경쟁 과정과 평가를 꼽았다. 학문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가 호기심을 물리치지 않도록 잘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13일 서울 동대문구 고등과학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저는 교육에 대해, 특히 고등교육 전의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 비전문가라 자세한 말씀을 못 드린다”면서도 “아마도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이 소중한 학창 시절을 공부 자체가 아니라 평가 받기 위해 사용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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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신이 미국에서 강의하면서 만난 한국 학생들에 대한 감상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좁은 범위의 내용을 완벽하게 실수 없이 풀어내는 데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는데 넓고 깊게 공부하는 종류의 준비는 비교적 덜 돼 있는 거 같았다”며 “우리 학생들이 특히 이공계 전공 선택을 하는 경우라면 대학에서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준비가 잘 되도록 고등학교 때 제도가 갖춰줬으면 좋을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연구를 향한 호기심을 유지하고 난제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비결도 털어놓았다. 그는 “굉장히 멀리 뛰어야 하는 마라톤을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처럼 수학도 그렇게 어렵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테스트하기에 매력을 준다”며 “일시적인 스트레스에 압도당하다 보면 수학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심하면 완전히 까먹을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친절하면서 너무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잘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육이 자신에게 준 혜택은 무엇이냐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인생의 전반기를 살아왔고 다른 많은 분들처럼 제가 겪어온 울타리 안에서 배워왔기 때문에 그 이외에 다른 어떤 것이 가능했는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지금 저를 만든 것은 그간 쌓아져 온 경험이기에 만약 다른 가상 세계에서 성장했다면 그 사람은 제가 아닐 거 같다”고 답했다.

끝으로 국내 수학 연구자들이 마주한 취업 환경 등 현실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허 교수는 “박사 후 과정을 거친 많은 연구원들을 위한 영구적인 직업이 부족하다”며 “그렇다 보니 그 과정에 할애된 2~3년을 장기 프로젝트에 쓰는 게 아니라 예컨대 교수 임용을 목표로 한다면 거기에 도움이 되도록 1년 동안만 논문에 할애하고 그다음 1년에는 출판을 하는 등 단기 프로젝트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향후 안정적인 직장들이 많아져서 젊은 연구원들이 멀리 내다보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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