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봉작 '빅 히어로'(감독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는 사랑스럽고 푹신한 치료용 로봇 '베이맥스'가 히어로가 되는 과정을 그린다. 독보적인 캐릭터와 힐링 서사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개봉 2주 차 한국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이 이를 증명했다. 당시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녹인 히어로 '베이맥스'가 본업인 치료용 로봇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치유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베이맥스!'는 '빅 히어로'의 스핀오프 시리즈로 지난 6일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됐다. 6개의 옴니버스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마을 사람들 건강을 책임지는 베이맥스는 누군가 아파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들을 찾아간다. 히로의 이모 캐스, 수영장 옆에 사는 할머니, 길고양이 등 치료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치료를 수행한다. 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말이다. 직업으로 생선 스프를 만들지만 생선 알레르기가 있는 음비타에게 생선을 버리라는 치료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다소 융통성 없는 베이맥스표 직진 치료법은 '빅 히어로' 관객들을 다시 한번 웃게 만든다.
작품은 옴니버스 구성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베이맥스!’에는 장편 영화라면 필요했을 등장인물 간 복잡한 연결 고리가 없다. 각 화의 메시지가 간결하고 직관적인 이유다. 이야기들이 에피소드로 뚜렷하게 구분돼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어색하지 않다. 마치 여러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해 지루할 틈이 없다. 엉뚱해서 귀여운 치료 에피소드들은 베이맥스의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한다. '빅 히어로' 팬이라면 영화 전체 서사를 위해 생략된 베이맥스의 소소한 일상이 더욱 반가울 것이다.
5~7분 안에 한 인물의 아픔, 갈등, 치료 과정을 모두 담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다소 빠르게 느껴질 때도 있다. 대표적으로 '빅 히어로' 주인공 히로의 이모 '캐스' 에피소드를 들 수 있다. 카페 주인인 캐스는 발목을 삐어 카페를 운영하지 못하게 되고, 베이맥스가 출동해 카페 일을 맡는다. 문제는 베이맥스가 너무 느긋하게 일한다는 것이다. 베이맥스가 답답했던 캐스는 몰래 카페 일을 하다 발각돼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캐스는 고양이 모치에게 카메라를 설치해 베이맥스를 지켜본다. 한 카페 손님이 그 카메라를 보고 "베이맥스는 잘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라며 캐스를 안심시킨다. 캐스는 감동한 뒤 갑자기 발목 보호 신발을 신고 다시 카페에서 일하며 에피소드가 마무리된다. 때문에 장편 영화의 긴 호흡에 익숙한 사람들은 ‘간 보다 끝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디즈니가 최근 들어 작품 내 PC(Politically correct, 정치적 올바름)에 힘을 쏟은만큼 ‘베이맥스!’에도 PC 요소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매회 다른 인종, 나이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화장실 표지판은 남성 또는 여성으로 구분짓지 않아 성소수자들도 편안히 이용할 수 있는 'all gender restroom(성 중립 화장실)'로 표현됐다. 동성애 주인공의 이야기도 담겼다. 베이맥스와 함께 사회 구석구석을 엿보며 다양성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겠다.
관전 포인트가 확실하다. 묘하게 뚱해 귀여운 베이맥스는 그 자체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 회에 베이맥스와 히로가 등장하는 쿠키 영상이 있다. '빅 히어로'에서 베이맥스와 히로의 케미를 사랑한 관객에게는 깜짝 선물과 같다. 작품에 잠깐 등장하는 한국 음식을 찾는 재미도 있다. 6개 에피소드 총 분량이 1시간 내외로 자투리 시간에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둥실한 ‘빅 히어로’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 시식평 - 베이맥스, 여전히 사랑스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