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정교해진 디지털 중독경제…자제력 키우려면

■호모 아딕투스

김병규 지음, 다산북스 펴냄





우리의 생각과 말, 행동이 알고리즘에 의해 조종되고 설계된다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2009년 구글이 검색 결과를 개인 맞춤화한 이래, 모든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이 좋아할 만한 결과들만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기술과는 이제 분리되어 살지 못한다. 이런 디지털에 중독되어 버린 인간을 저자는 ‘호모 아딕투스’(중독되는 인간)이라 칭한다.



왜 IT 기업들은 인간을 디지털 중독시킬까? 그것은 중독이 곧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개인이 한 콘텐츠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곧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보여주면 개인은 구매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늘어난 매출을 통해 기업은 데이터를 더욱 많이 수집하고, 알고리즘을 정교화해 이 교묘한 덫을 더욱 발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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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중독경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저자는 “중독경제는 피할 수 없고, 돌이킬수도 없다”며 중독경제의 파도 위에 올라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의 사례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생존했고 성공했는지를 분석한다. 이들은 데이터 알고리즘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심리학자·행동경제학자·의사결정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에 대한 컨설팅 등이 인기다. 고객을 홀리는 것을 넘어서 진정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 있는 중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이 어떻게 중독경제에 대응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중독 관리가 곧 자기계발인 시대다. 생각과 판단을 스스로 비판하고 검증할 수 있는 ‘메타인지’ 능력을 보유한 개인이 중독경제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스스로의 욕구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대, 자기조절력을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앱 사용 시간 제한·광고 추적 피하기·소셜미디어에서 벗어나기·한번 미루고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고 결정하기 등의 조언을 건넨다.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됐다. 엔데믹이 도래해 외부 활동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온라인 경제 성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속에서 중독 경제의 장점이자 단점인 개인화의 균형추를 찾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의 생각의 틀을 제한하는 알고리즘은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우리 공동체가 중독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공존과 상생, 공적과 책임의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1만 9000원.


한순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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