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징용 피해자측 "日피고기업 '기금 참여·사죄' 마지노선"

14일 한일 민관협의회 2차회의…대위변제 시 마지노선 제시

지난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에서 열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민관협의회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 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외교부 건물에서 열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민관협의회에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14일 피해 배상책으로 대위변제 안이 채택될 경우 일본 피고기업의 기금 조성 참여와 사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또한 피해자들과 일본 피고기업 간 직접 교섭이 이뤄지도록 정부의 노력도 거듭 요청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관련 2차 민관협의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전했다. 먼저 이 당국자는 “대위변제 등 얘기가 나왔지만 법적 토론에 참석하신 변호사 분들께서는 채무를 누가 변제하느냐는 입장에서는 채권자, 즉 피해자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1차적 법적 검토 내용을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피고인 일본 기업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배상금을 한국 정부가 대신 지급할 경우, 이에 대한 구상권을 일본 측에 청구해야 하고 이때 피고기업들이 직접 참여해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피해자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 역시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위변제의 핵심은 기금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것)”이라며 “피해자 측에서는 결국 타협안으로 갈 수밖에 없다면, 피고기업의 판결 이행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나의 타협안으로 (대위변제가) 논의됐다면, 최소한 기금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피고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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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도 “(기금 조성에) 일본 피고기업들이 빠진다고 하면 판결과 아무 상관이 없다. 돈을 줄 이유도 없다”면서 “박진 장관도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판결 정신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사죄와 배상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사죄도 배상의 증거로서 당연히 의미가 있다”며 “배상도 사죄와 같이 가야 한다. 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피해자 측은 일본 피고기업의 사죄가 최소한이라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임 변호사는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 모두의 사과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를 보면 기업이라도 사과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피고기업의 사과는 있어야 한다”고 재차 밝힌 뒤 “일본 정부가 사과하는 것은 저희 생각에 훨씬 더 큰 사과다. (일본) 총리가 직접 하면 좋다”면서도 “근데 그럴 리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또 피해당사자와 일본 피고기업, 즉 소송 원고와 피고가 마주 앉아 직접 교섭에 나설 수 있록 정부가 협조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 앞서 피해자 측은 지난 4일 열린 1차 회의 때도 외교적 보호권을 근거로 정부에 직접 교섭 성사를 요구한 바 있다. 임 변호사는 “오늘 회의에서 외교부의 노력 과정을 전달 받았고 전달 받은 내용을 근거로 해서 지속적인 외교적 보호권 발동 노력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국제법상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외교적 보호권을 이번 경우에 발동하기에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당사자 간 직접 교섭 성사를 위해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 당위적인 측면과 현실적인 한계가 상당히 대조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판결 내용과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 또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상황 간의 간극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주요한 주제로 다뤄졌다고 한다. 특히 일부 참석자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아 3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고 새 정부가 민관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단계까지 왔으면 어느 정도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당위적인 측면을 감안해 특정 조건을 내세워 또 다시 일본 측과 교섭하려고 하면 결국 8월 말로 알려진 현금화라는 시간적 제약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운신 폭이 다소 좁아진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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