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 하루에만 25억…'010 번호 둔갑' 수법 30배 늘었다"

올 상반기 총 1만 2401건의 전화금융사기가 발생해 피해 금액만 306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발생 건수는 30.4%, 피해액은 29.5% 줄었지만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7일 상반기 전화금융사기로 검거한 피의자는 총 1만 1689명으로 하루 평균 25억 원(주말 제외), 월 평균 511억 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핵심적으로 이용되는 범행수단 8가지를 선정해 올 4∼6월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총 3만 7226개 사건, 불법 환전 585억 원을 적발했다. 8대 범행수단은 대포폰, 대포통장,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 불법 환전, 악성앱, 개인정보 불법유통, 미끼문자, 거짓 구인광고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불법 환전 규모는 585억 원으로 88%, 번호변작 중계기 적발은 9679건으로 3012% 폭증했다. 대포통장은 3422건으로 20%, 대포폰은 1만 9888건으로 27% 줄었다. 번호변작 중계기는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010’ 번호로 둔갑시키는 장비다. 경찰은 변작 중계기가 다수의 유심(USIM)칩을 장착한 심박스(SIM Box) 형태에서 휴대전화로 대체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또 숙박업소 등에 기기를 고정하는 방식 외에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는 이동형 장비가 다수 발견되는 등 범행 수법이 점차 지능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부산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해외 전화금융사기 조직원과 공모해 국내에서 발신번호 변작 중계소를 관리한 피의자 50명이 검거됐다. 경찰은 중계소 38곳을 단속해 휴대전화 1821대와 유심 4102대도 압수했다. 경찰은 통신업계와 협의해 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가 이용 중지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대포폰의 경우 선불폰 개통 절차가 강화되는 등 업계의 자정 노력이 효과를 내면서 적발 대수가 줄어든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지난해 단속 때 2만 1616대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선불폰 적발 대수는 올해 2699대로 대폭 감소했다.

경찰은 또한 피해자가 금융기관 창구에서 피해금을 출금하는 단계에서 금융기관에 적극적 신고를 요청한 결과 올 상반기에만 670억 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밖에도 각종 구직사이트에 대량의 가짜 구직광고를 게시한 뒤 게시글을 보고 연락한 사람에게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는 전화금융사기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