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타의 초밥’은 1990년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요리 만화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초밥 요리사의 아들 세키구치 쇼타가 거대 초밥 회사의 횡포 아래 가난하게 살다가 도쿄 명품 초밥점에 들어가 최고의 초밥 요리사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쇼타는 이곳저곳 기웃거리지도 않고 한 우물만 파며 뭐든지 손대면 끝까지 섬세하고 완벽하게 해낸다. 쇼타는 대를 이어 가업을 잇는 일본의 장인 정신 ‘모노즈쿠리(物作り)’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성된 용어다. 나아가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기업이 3만 8000여 개, 1000년 이상 된 기업이 무려 7개에 달하는 게 이를 대변해준다. 이 정신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수많은 기업이 성공 신화를 쓰면서 일본의 고도 성장기를 만들어낸 힘의 근원이기도 했다. 1990년대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저성장 고통을 겪게 되자 이 정신을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확산됐다. 일본 국회는 1999년 모노즈쿠리 기반 기술진흥기본법을 제정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대학원 교수는 제조업에 강한 일본 기업을 설명하면서 이 용어를 써 널리 퍼뜨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정신이 오히려 시장 흐름을 놓치게 해 일본 기업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TV 시장이 브라운관에서 디지털로 바뀌는데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TV 부문에서 쇠락한 소니가 대표적 사례다.
일본의 모노즈쿠리 기업들이 인력 고령화, 설비 노후화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갈림길에 놓였다고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정보기술(IT) 인재를 구하거나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기 침체의 쓰나미를 뚫고 나아가려면 모노즈쿠리의 장점을 배우되 이를 뛰어넘는 창의와 혁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민간이 혁신을 주도하되 정부가 규제 혁파 등 구조 개혁으로 밀어줘야 한다. 그래야 기업가 정신을 살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