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경제에 대한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의 비관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달 8~15일 총 7220억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 매니저 2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인용, 이들이 운용하는 전체 자산 중 주식 투자 비중이 2008년 10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면 현금 비중은 높았다. 포트폴리오 내 현금 비중은 6월보다 0.5%포인트 늘어난 6.1%를 기록,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조사는 전문 투자자들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몰락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처럼 주식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향후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었다. 앞으로 12개월 동안의 세계경제 추이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90%가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는 6월(83%)보다 7%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향후 12개월 동안 글로벌 경기 호황을 예상한 이들은 겨우 5%로 6월(12%) 대비 크게 감소했다.
경기에 대한 비관론은 투자에서 리스크 회피 성향을 크게 낮추고 있다. 현재 평소보다 낮은 수준의 리스크만 감수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월 대비 10%포인트 늘어난 58%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다. BoA는 “투자자들의 비관적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현재 경제에 있어 가장 위험한 테일리스크(tail risk·발생 가능성이 낮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를 묻는 질문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꼽는 응답이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24%)와 매파적인 중앙은행들(17%)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BoA는 이번 조사를 근거로 주식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보이는 한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같은 금융 재앙은 없을 것이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말 전에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경우 증시가 3분기에 반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oA는 특히 ‘강세장 대 약세장 지표(bull/Bear indicator)’가 현재 ‘최대 약세장’을 가리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비관론에 빠져 패닉 매도를 하고 있는 ‘완전한 항복(full capitulation)’ 상태에 놓인 만큼 곧 바닥을 딛고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oA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주식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