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성폭행 사망 사건 피의자 A씨가 ‘피해자를 건물에서 떠밀지 않았다’며 고의성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행 현장에서 확보된 휴대전화가 이번 수사의 핵심라고 봤다.
이 교수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쉽게 해결은 어려워서 당시 증거들을 확보해 추정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너무나 다행히도 피의자가 휴대폰을 현장에 떨어뜨려 놓고 갔다”고 했다.
해당 휴대전화에는 피해자가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층의 외벽 모습과 두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담긴 영상이 남아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외벽이 찍혀있는 시간대가 여성이 떨어지기 전이냐, 다음이냐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만약 들고 있는 상태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여성이 추락하게 됐고, 그래서 외벽이 찍히게 된 상황이라면, 신체적 접촉과 어떤 압력으로 여성이 추락했다는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 추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성에 추락 당시 상황이 들어가 있을) 개연성은 높아 보이지만, 지금 그런 내용을 밝히기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어쨌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서 좀 더 상세하게 수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리창 틀부터 시작해서 외벽까지 증거물 채집을 했다고 하니까, 피의자의 DNA 등이 남아있으면 창틀 가까이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추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물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봤다.
또 피해자가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바지와 속옷이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는 “다른 장소에 갖다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증거인멸 가능성을 염두에 두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여성을 고의로 밀친 게 아니라면)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며 “당장 119에 전화해서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고 입증해야 면책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건 뭔가 은폐하려고 시도했던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피해자가 발견됐을 때 숨이 붙어있었는데, 그 대목이 문제”라며 “피해자를 살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부분이 고의를 가정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유가족이 계신 사건을 이런 식으로 확대 재생산해서, 젠더 갈라치기 하는 것은 문제”라며 “경찰이 일단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모두 잠잠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셔야 한다”며 “어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발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좀 기다리셔도 크게 문제될 거 아니다”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