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공연한 '셀프 학생부'…교육당국 대책도 무용지물

교사 대신 학생·컨설팅업체 작성

대입 수시모집 앞두고 성행 여전

관리·감시 강화했지만 적발 힘들어

'경제력이 대입 학생부에 영향' 지적

고3 학생들이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고등학교에서 7월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고3 학생들이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오금고등학교에서 7월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생인 A(18) 양이 올 여름방학 동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이다. 원래는 교사가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직접 기재해야 하지만 A 양 학교의 교사는 학생들에게 자율권을 줬다.



교사 마음대로 기재했다가 대입에 영향을 미쳐 학생의 원망을 사느니 아예 본인이 원하는 대학·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을 알아서 잘 반영해오라는 취지에서다. 올 9월 대입 수시모집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생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A 양은 벌써부터 입시 컨설팅 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2023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을 앞두고 교사 대신 학생이나 입시 컨설팅 업체가 학생부를 작성하는 ‘셀프 학생부’가 성행하고 있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대입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셀프 학생부 문제에 대한 관리·감시가 강화됐지만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9월 대입 수시 모집을 앞두고 학교 현장이 학생부 기재로 분주하다. 대입 수시 모집에는 고3 1학기까지의 학생부가 반영되며 다음 달 31일까지 기재를 마무리해야 한다.



학생부 기재 요소는 크게 창의적 체험활동(자율·동아리·봉사·진로·독서), 교과학습(내신성적),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세특)으로 나뉜다. 이러한 내용들은 수시 모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종 등에 주요 평가자료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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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학생부는 주로 교과 활동을 작성하는 세특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각 교과 교사들이 초안을 작성해 나눠주면 학생들이 이를 보완해오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이 전체 내용을 작성해오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학생부를 학생이 직접 기재하거나 입시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셀프 학생부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지자 교육 당국도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2019년 조국 사태 이후 대입 공정성 강화가 화두에 오르자 학생부 관리 역시 더욱 엄격해졌다. 2020년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교육부 훈령) 개정으로 학생부 서술형 항목에 기재될 내용을 학생이 작성해 제출하도록 하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아직도 셀프 학생부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학생부 컨설팅’만 검색해도 학생부 기재를 돕는다는 입시 컨설팅 업체들의 홍보 게시물들이 버젓이 올라와 있다. 입시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구체적인 컨설팅 금액과 함께 셀프 학생부를 의뢰하는 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컨설팅 금액도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두고 교사들은 교과 수업과 입시 상담, 시험 출제, 행정 업무 등을 하면서 개별 학생을 일일이 관찰·평가한 뒤 학생부를 기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교사가 학생부를 잘못 기재해 학생이 대입에서 피해를 봤다는 민원을 사전에 피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문제는 입시 컨설팅과 같은 경제력이 대입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 당국이 학생부의 신뢰도 제고 방안이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등을 통해 외부 요소들을 차단해 왔지만 여전히 경제력이 학생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매년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기재 관련 연수와 점검을 실시하는 등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징계로도 이어지지만 구체적인 제보 없이는 현실적으로 적발이 힘들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매년 교사 연수와 점검이 이뤄지고 있으며 관련 제보도 접수하고 있다”며 “사안에 따라 징계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학생부 작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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