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직설적이다 그리고 놀거리가 많다 '어반브레이크' 개막

21~24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낙서그림,아트토이 등 스트리트아트

웹툰과 타투도 확장된 예술로 품어

21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현장에서 장띵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21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현장에서 장띵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보통의 ‘전시’는 엄선된 공간에서 완성된 수작들만을 선보이지만 여기는 좀 다르다. 관람객들이 오가다 바라보는 것도 아랑곳 않고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데 열중한 이들은 캐릭터 아티스트 장띵과 아날로그와 디지털 작업을 넘나드는 장가노. 한밤중에 몰래 거리 벽면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고 사라지는 ‘거리 예술가’가 전시장으로 들어온 셈이다. 작가 홍성용은 작업실을 통째 옮겨온 듯하다. 벽 하나를 뒤덮은 물감들, 즐비한 페인트통 너머로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가 이따금씩 음악도 틀어준다. 흥미로워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다가는 물감이 옷에 튈지도 모를 일이다.



이달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B홀에서 막을 연 아트페어 ‘어반브레이크’의 현장이다. 직설적이면서도 놀 거리가 많다. 올해로 3회째인 어반브레이크는 낙서 그림이라 불리는 그래피티부터 일러스트·아트토이 등 소위 길거리 예술인 ‘스트리트 아트’로 특화한 아트페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을 주 타깃으로 삼았고 기존의 정제된 미술계 경향보다는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예술을 보여주고자 한다. 24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행사에는 국내외 스트리트 예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450명의 작품 약 3000여 점이 120개 부스에서 선보인다.

21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전시 전경. 한 관람객이 작가 듀오 판타지안의 작품들을 촬영하고 있다.21일 코엑스에서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전시 전경. 한 관람객이 작가 듀오 판타지안의 작품들을 촬영하고 있다.



올해의 대표 작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팝아티스트 멧 곤덱이다. 방한한 작가를 직접 만나 사인받으려는 관람객들이 긴 줄로 늘어서 진풍경을 이뤘다. 곤덱은 이번 행사를 위해 ‘하트 인 어 케이지’라는 제목의 아트토이를 한정판으로 특별 제작했다. 핑크팬더 두 마리가 포옹하는 모습인데 둘의 색깔이 다르고 표정도 행복과 분노가 교차한다. 실제 성격은 내성적이지만 권위에 저항하려는 의지를 작품으로 보여준다는 작가는 “펑크록 정신으로 기존의 것들을 해체하고 찢어버리는 작업을 15년간 해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만화 속 주인공들을 변형하고 파괴한 것. 이번 특별작에 대해서는 “로맨틱한 캐릭터들이 서로 안고 있지만 사실 몇 년 전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이혼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며 “상반된 둘의 표정을 통해 서로의 모순된 모습들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멧 곤덱의 팬 사인회 현장.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멧 곤덱의 팬 사인회 현장.


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멧 곤덱이 어반브레이크 한정판 특별작을 선보인 아트토이 ‘하트 인 어 케이지’미국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멧 곤덱이 어반브레이크 한정판 특별작을 선보인 아트토이 ‘하트 인 어 케이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예술가인 ‘얼굴 없는 작가’ 뱅크시의 판화 ‘세일 엔즈’를 비롯해 디페이스, 인베이더, 안드레 사라이바, 오쿠다 산 미구엘, 수안자야 켄컷, 로비 드위 안토노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파인 아트’라고 불리는 정통 예술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작가들이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수만 명 이상의 팬덤을 끌고 다니는 작가들이다. 아트페어 개막 이전부터 작품 판매 이유가 많았던 이유다.

올해 행사는 타투(문신)나 웹툰도 엄연한 장르 예술로 끌어들였다. 방탄소년단 정국의 타투로 유명한 폴릭을 비롯해 키메·리포 등 타투이스트 3명이 참여한 특별전도 마련됐다. 폴릭은 전시장에서 고무판에 타투 기계로 문신을 새기는 작업을 시연할 예정이다. 가스파드(선천적 얼간이들), 라마(내일), 주동근(지금 우리 학교는), 한경찰(그해 우리는) 등 유명 웹툰 작가들이 특별전을 통해 디지털 프린트와 아트토이를 출품했다. 웹툰 ‘복학왕’의 작가 기안84는 별도 부스를 차려 회화 연작을 선보였다. 미술 전공자인 가수 나얼과 조각가 노준의 2인전, 자동차를 꾸민 아트카 특별전 등도 눈길을 끌었다.







장원철 어반브레이크 대표는 “기존의 주류 미술과는 조금 결이 다른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다양한 예술로의 확장 가능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계속 발굴하고 그 작품을 보여주고자 하는 게 ‘어반브레이크’의 취지이자 책무”라면서 “매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올해는 아예 ‘크레이지 익스피리언스(미친 경험)’을 주제로 삼았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고 호의적”이라고 전했다.

을지로·문래동·용산 등지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양찬제 상업화랑 대표는 ‘어반브레이크’에 꾸준히 참가하며 그 성장세를 지켜보고 있다. 양 대표는 “하위 문화, B급 문화라 불리던 대안적 성격의 장르와 형식들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아트페어로서 그간 금기시되던 주제를 과감히 내세워 볼거리가 많다”면서 “앤디 워홀이나 뱅크시도 처음에는 외면받던 작가였지만 신화가 됐고 지금은 ‘애들 장난처럼’ 보이는 대안적 장르 예술들이 젊은 세대의 성장과 함께 ‘미래의 본류’가 될 것이기에 20,30대의 관심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조상인 미술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