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줌업CEO]"펄프 안 쓰는 페이퍼 도전…순환경제 앞장"

■ 정연욱 아진피앤피 대표

설비에 3년간 600억원 투자 단행

연 생산규모 60만톤으로 끌어올려

기존보다 30% 가벼운 포장재 개발

"올해 매출 3000억원 달성 목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지 공장을 대하는 이미지가 썩 좋진 않았죠. 나무를 베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지는 비닐을 대체하는 친환경 소재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제지가 성장 산업이라고 인식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아진피앤피(아진 P&P)의 정연욱(사진) 대표는 24일 “‘펄프리스 페이퍼’를 추구하고 있다”며 “아진은 박스를 재활용해 다시 박스를 만드는 리사이클링(Recycling) 전문 회사”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에 자리잡고 있는 아진은 지난 40여 년간 골판지 원지 및 상자를 생산하는 정통 제지기업이다. 최근 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순환경제 체제가 주목을 받는 가운데 아진도 패러다임 전환에 맞춘 새 도약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아진을 비롯한 제지 업계는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다. 다만 이런 추세의 중심축은 과거와 달리 골판지 분야로 점차 옮겨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택배 물동량이 크게 늘자 골판지 업체들이 수혜를 봤다. 포장재를 플라스틱이나 비닐 대신 종이로 쓰려는 친환경 움직임도 골판지 업체들의 이익에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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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바뀌는 흐름을 비교적 빠르게 파악했다. 아진은 선제적으로 설비 투자에 나섰다. 지난 3년간 6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해 원지 생산규모를 연간 40만톤에서 60만톤 규모로 끌어 올렸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단순 양적 확대에만 집중하지 않고 기능성을 대폭 보강했다.

기존 종이 포장재보다 보관 기간이 2배 이상 긴 ‘JKW’ 포장재와 기존 제품보다 30% 이상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유지한 ‘M시리즈’는 그 결과물이다. 정 대표는 “종이 상자의 트렌드도 기능성을 입히는 형식으로 바뀔 것으로 봤다”며 “트렌드를 따라가기에는 당시 설비로 한계가 있어 새 기계를 도입하고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아진의 총 매출은 지난해 257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1670억원) 대비 약 54% 늘었다. 올해는 3000억원을 넘기겠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정 대표는 “올해 3100억원이 매출 목표인데 상반기 이미 1600억원의 매출로 목표치는 달성했다”고 말했다.

아진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지만 업계 전체에서 보면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메이저’라 불리는 소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 시장을 과점하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골판지 업체들은 계열사를 판매처로 확보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도 짜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진은 탄탄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생각이다.

이는 2세 경영인인 정 대표가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가졌던 구상이다.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애초부터 회사가 더 커야 한다고 봤다. “대구로 내려올 때 현상 유지할 거 같으면 안 올 거라고 말했습니다. 회사를 키우든지 아니면 날 부르지 말든지 선택을 하라고 말했으니까요. 2세 경영인으로 부담도 크고 남들보다 혜택을 입은 것도 맞지만 훨씬 더 많은 걸 이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회사는 지난 2005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부침도 있었지만 난관을 극복해가며 현 위치에 이르렀다.

정 대표가 회사를 이끈 지는 올해로 12년째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매출 등이 기존보다 세 배 가량 커졌다. 하지만 정 대표는 “지금은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향후 모습을 더 기대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단순히 종이를 생산해서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제지에 대한 새로운 콘셉트를 알리고 아진이 가장 환경 친화적 회사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한다”며 “이제야 조금씩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5~10년 더 지나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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