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국회가 54일 만에 겨우 문 연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가 첫 상견례 자리부터 팽팽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며 험로를 예고했다.
25일 법사위는 후반기 국회 첫 전체회의 열고 위원들이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여야 간사로 내정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선출하기 위해 만났지만 뼈있는 말이 오가며 전운이 감돌았다.
위원장 자리를 사수한 여당은 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법사위를 ‘승자독식’ 방식으로 운영한 탓에 ‘동물 국회’ 오명을 얻었다고 꼬집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2년간 이곳은 기립 표결과 일방 처리가 횡행했다”며 “전반기 국회에서 업무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진실한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된 것은 견제와 균형의 복원”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등을 거론하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원 구성 지연 시기) 정부의 여러 행정이 위법하고 편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서 우려스럽다”며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을 하고 있는지 상임위가 판단해야 한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도 “검사가 지배하는 정부, 검사 지배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의 시선이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업무보고 일정을 두고도 대립했다. 김 의원은 “입법부로써 정부 비판 기능을 다하기 위해 업무보고를 적어도 일주일이나 5일 정도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은 야당과 상의 없이 업무보고를 단독으로 3일간 실시했다”면서 국민의힘을 패싱한 채 업무보고를 했던 사실을 꼬집었다.
법사위는 인적 구성에서부터 ‘화약고’를 예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 최선전에 섰던 당내 강경파 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을 전면에 세웠고, 국민의힘도 전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조 의원과 판·검사 출신 의원들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