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악몽이 되살아난 듯했다. 24일(이하 현지 시간) 열린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선두에 5타 뒤진 채 결전에 나선 김세영(29)이 14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17번 홀(파4)의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두 번째 샷을 그린 너머 언덕 아래로 보낸 뒤 깊은 풀에서 제대로 볼을 꺼내지 못해 결국 4온 2퍼트로 2타를 잃었다. 2018년 이 대회 마지막 날 더블 보기를 기록해 다 잡은 우승 기회를 놓친 김세영은 이번에도 마지막에 미끄러졌다.
역전 우승을 꿈꾸던 유소연(32)도 실수에 울었다. 2타 차 단독 2위로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첫 홀(파4)부터 버디를 낚아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희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3번 홀(파4) 보기에 이어 5번 홀(파3)에서 4퍼트로 더블 보기를 범해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먼 거리 버디 퍼트를 홀 1.5m에 붙였지만 파 퍼트는 살짝 빗나갔고 1m가 채 되지 않은 보기 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16번 홀(파3)에서 두 번째 더블 보기를 범해 어렵게 쌓은 타수를 잃은 유소연은 마지막 홀(파5)을 버디로 마무리했지만 이날에만 2타를 잃어 김세영 등과 함께 공동 8위(13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쳤다.
김세영과 유소연은 28일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 에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코스(파72)에서 열리는 트러스트골프 스코티시 여자오픈(총상금 200만 달러)에 출전해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의 아쉬움을 씻는다. 이 대회는 AIG 여자 오픈(과거 브리티시 여자 오픈) 직전에 열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진다.
스코티시 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건 2017년 이미향(29)과 2019년 허미정(33) 둘뿐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김세영과 유소연을 비롯해 김효주(27), 고진영(27), 전인지(28) 등 한국 국적 선수 16명이 참가해 세 번째 한국인 우승에 도전한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김효주는 “이번 주 좋은 성적으로 끝났기 때문에 다음 주와 그 다음 주까지 좋은 영향이 있기를 바란다”며 “더운 날씨에 잘 적응해서 좋은 성적으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고진영도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에서 치기 때문에 낮게 치는 샷이 필요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