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새로 짓는 반도체 공장의 수가 미국과 대만 등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 보도한 미국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집계에 따르면 중국이 지난해부터 2024년까지 4년에 걸쳐 짓기 시작했거나 앞으로 지을 예정인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은 31개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대만(19개)과 미국(12개)을 넘어 세계 최대 규모다. SEMI는 “반도체 공급난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가운데 중국이 반도체 생산 시설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25년 자체 생산 반도체 비중을 3분의 2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잡고 반도체 자급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13%에 그쳤던 중국의 반도체 자체 생산 비중은 올해 26%까지 확대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프로젝트에 500억 달러(약 65조 6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대규모 지원에 나선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이 생산 역량을 키우는 것은 7나노미터(㎚·10분의 1m) 미만의 최첨단 반도체가 아닌 중저가형 제품이다.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은 한국과 대만, 미국 등과의 격차가 큰 만큼 중하위 시장을 공략 대상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IT 컨설팅 업체 IBS에 따르면 구식에 해당하는 28나노 공정 반도체 수요는 2030년까지 지금의 3배 이상인 281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IBS는 2025년까지 28나노 칩의 40%가 중국에서 생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자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의 예산을 지원하는 반도체 육성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형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해 ‘틈’을 파고드는 중국을 견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은 실정이라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