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최고금리의 함정…조달금리 2%p 더 오르면 111만명 금융시장 '퇴출'

금리 인상기에 취약차주 되레 타격

절반이 다중채무로 연쇄 연체 우려

KDI "시장금리 연동형 도입 필요"

한 시민이 서울의 한 시중은행 점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한 시민이 서울의 한 시중은행 점포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법정최고금리 제도가 금리 상승기 저소득 차주(借主)들을 대출 시장에서 밀어내 오히려 연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금리 최고 상한을 묶어 놓는 것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소비자 후생이 더 커진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일 발표한 ‘금리 인상기에 취약 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제2금융권의 조달금리(3년물 카드채 기준)가 6월 말 대비 2%포인트 더 상승할 경우 약 111만 3000 명의 취약 계층 차주가 카드·캐피털 등 제2금융권 신용대출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기관의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는 연 최고 20%로 제한돼 있어 기존에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차주들이 시장에서 밀려나 발생한 현상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비싼 돈으로 자금을 조달해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취약 계층 차주에 돈을 빌려줘야 할 유인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KDI 분석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카드채(3년물, AA+) 금리는 지난해 말 2.37%에서 6월 말 4.3%선으로 상승했고 이에 따라 이미 ‘대출 불가’ 판단을 받은 차주가 69만 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카드채 금리가 2%포인트 더 올라 6.3%선에 이르면 퇴출 차주가 111만 3000명에 이르고 이들 퇴출 차주가 보유한 대출 잔액은 56조 8000억 원에 이르게 될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관련기사



더 큰 문제는 대출 시장에서 밀려나는 취약 계층 차주의 절반가량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라는 점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연 18~20% 고금리로 신용대출을 일으킨 차주의 48.6%가 다중 채무자였다”며 “이들이 제2금융권에서 더 이상 돈을 빌리지 못하면 비제도권 시장으로 밀려나거나 연쇄 연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이런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시장금리 연동형 법정최고금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실제 프랑스의 경우 중앙은행이 설정한 시장 평균금리의 1.33배를 최고 금리로 두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독일은 ‘시장 평균금리의 2배’ 또는 ‘시장 평금리 +12%포인트’ 중 낮은 값으로 법정최고금리를 설정하고 있다.




세종=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