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이 깊어지면서 중개업소들의 폐업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중개업소는 외환위기 때보다 거래 절벽이 더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달 서울 공인중개사 폐업 건수는 314건으로 전월(188건) 대비 약 70%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한강 이북은 118곳, 한강 이남은 196곳으로 조사됐다. 5월은 각각 77곳과 111곳이 폐업했다.
이런 가운데 일선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개업소도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23년째 공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올해 단 한 건의 매매계약도 중개하지 못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에도 매매 6건, 신규 전세 계약 27건을 중개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그나마 우리 업소는 그동안 모은 자본으로 버티고 있지만 다른 곳은 정말 고사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서울 각지에서는 상반기 거래량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1362가구 규모의 서울 양천구 목동 ‘목동 6단지’에서는 올해 상반기 단 한 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총가구 수 2만 6629가구인 목동 1~14단지를 통틀어서는 단 49건의 거래만이 나와 가구 수 대비 거래 비율이 0.2%에 그친다.
단지 규모가 3885가구에 이르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상반기 거래량은 9건이다.
부동산 자격증을 약 20년 전에 땄다는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며 “지금처럼 거래가 적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 7월 월간 통계에 따르면 이달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0.9를 기록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7월 이래 가장 낮았다.
매매거래지수는 KB국민은행이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거래 활발함의 정도를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것으로 값이 낮을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국 주택 시장을 강타한 2008년 11~12월 당시 최저 수준인 1.1을 기록한 후 약 15년 동안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달 0.9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달 조사에서는 표본 중개업소 가운데 99.2%가 “거래가 한산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