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출장을 다녀온 A 씨는 인천공항에서 도심항공교통(UAM)을 타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복합 환승 센터 ‘모빌리티 허브’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그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 노선으로 갈아타 남양주 마석에 위치한 집으로 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에는 용산을 수도권 전역과 연결되는 ‘신(新)교통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구상이 현실화하면 A 씨처럼 비행기를 타고 인천·김포공항에서 내린 후 UAM을 타고 용산에 도착한 뒤 GTX나 지하철 등 철도 노선으로 바로 환승 이동이 가능해진다. 또 지상부는 녹지와 보행로 등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조성되고 대신 지하 공간에 차량 중심의 도로 교통 체계가 구축된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용산정비창 부지를 ‘입체교통도시’로 만들겠다며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우선 강변북로와 한강대로·청파로 등 주요 간선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지하도로를 뚫어 서울 도심과 강남·공항으로의 광역 접근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하 2개 층을 활용해 루프형 지하도로를 설치, 내·외부 교통 연결 체계가 만들어진다. 오 시장은 “지상은 사람 중심 공간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교통은 지하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용산정비창 지하 개발 규모 등은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봐야 하겠지만 용산이 교통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 교통수단인 UAM과 GTX·지하철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계하는 대중교통 환승 거점인 1호 모빌리티 허브도 설치된다. UAM의 경우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국제업무지구 시범 노선을 운영하는데 향후 인천공항과 잠실·수서 등 서울 시내 거점을 연결하는 UAM 노선을 완성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오 시장은 “2025년 UAM 시범 운행이 시작되고 상업용 드론 택시 운행도 2025년이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교통 이야기를 빼놓고는 미래 도시계획 자체를 이야기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라며 “UAM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 교통 시스템의 허브 역할을 이곳 용산이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선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서도 UAM 등 미래 교통 인프라 확충 사업을 강조했다. 당시 서울시는 민간에서 대규모 개발 시 UAM 인프라를 확보할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부채납을 유도하고 활용도가 낮은 도시계획 시설 부지를 적극 발굴하는 등 서울시내 UAM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도시계획적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의 모빌리티 허브에는 8개에 달하는 철도 노선 환승 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현재 용산역에는 현재 경부선과 호남선, 지하철 1·4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5개 노선이 지나가는데 이후 GTX-B노선과 수색~광명 고속철도, 그리고 신분당선 등 3개 노선이 추가된다.
이날 발표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전역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스마트 물류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미래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 스마트 기술을 선도하는 첨단도시로 조성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오 시장은 “새로 만들어지는 용산은 스마트시티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며 “최첨단 과학기술이 일상 속에 녹아드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로에는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자율주행 통신시스템(V2X)’ 등 자율주행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주택에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관리 시스템이 탑재된다. 또 실제 도시와 동일한 가상의 도시를 만들어 다양한 위기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 ‘지능형 통합방재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화재 등 재난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전력망에 ICT를 접목한 ‘스마트 그리드’ 등도 적용해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인접한 용산 전자상가 등과 연계해 개발자들이 낸 아이디어가 용산 전자상가에서 시제품화되고,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실증을 거쳐 상용화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