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연극쟁이’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라고 할까요. (팔순을 넘긴) 권성덕 선생님이 평소처럼 지팡이를 짚고 무대에 나오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연극을 해야 할지에 대해 어떤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다음 달 13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햄릿’은 신시컴퍼니와 박명성 대표 프로듀서가 아니면 실현할 수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 등 2016년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린 공연에 나온 원로 대배우들이 다시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여기에 강필석(햄릿)·박지연(오필리어)·박건형(레어티스) 등 30·40대의 비교적 젊은 배우들도 가세해 신구 조화를 꾀했다.
이들 배우를 한자리에 모으는 어려운 기획을 어떻게 다시 할 생각을 했을까. 그는 “배우 선생님들은 평생 무대에 오른 분들이라 큰 짐을 짊어질 구심점만 있으면 행복해하신다”고 운을 뗀 뒤 “좀 더 빨리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엄두를 못 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꾸준히 선생님 몇 분씩을 모시고 공연을 올리고 있으니까 ‘박명성이 총대를 메면 의기투합해 연극다운 연극을 해보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레퍼토리화해 좋은 장소가 나타날 때마다 꾸준히 다시 무대에 올릴 생각도 가지고 있다.
박 대표 프로듀서는 이번 ‘햄릿’ 작업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왜 연극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무대에서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원로 대배우와 젊은 세대가 함께하는 실험 구성으로 연극을 만드는 것 자체가 상당한 도전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젊은 배우들에 대해서도 “연극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공부를 많이 했을 것”이라며 “연기 경력을 합치면 500년이 넘는 선생님들과 함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그 모험 정신을 높이 산다”고 말했다.
“요즘 뮤지컬·연극과에서는 호흡·발성·화술을 가르치지 않아요. 연극계 선생님들은 하루 2회 하는 3시간짜리 연극을 버티기 위해 에너지를 분배하려고 호흡·발성·화술을 공부하고 경험하셨어요. 젊은 배우들이 그 모습을 보며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을까요. 힘든 작업이었겠지만 배우로서 미래 가치를 키우고 스스로를 점검하는 공부가 됐을 겁니다.”
박 대표 프로듀서가 평소 강조하는 말 중 하나는 ‘격 있는 극’이다. 평소에 제작할 작품을 고를 때도 다양한 형식의 기발함이 돋보이거나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시사성 있는 작품을 찾는다. 그는 ‘격 있는 극’의 정확한 의미가 “연극다운 연극, 살아남을 수 있는 연극”이라며 “한두 달 공연하고 막을 내리면 끝나는 게 아니라 꾸준한 레퍼토리가 될 수 있는 극을 만드는 것이 항상 개인적인 바람”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