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훼손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가운데 시스템반도체·스마트제조·에너지넷 등 9대 기술을 집중 육성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회장 권오경)은 27일 ‘새 정부의 역동적 혁신 성장과 실행 해법’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공급망 안보, 미래형 모빌리티, 에너지 전환, 지능화 혁신, 바이오헬스·안전 분야에서 경계를 넘어 큰 파급효과를 갖는 프로젝트를 발굴하자”고 밝혔다. 현재 2% 남짓인 잠재성장률이 이르면 3년, 늦어도 5년이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자는 것이다.
우선 탄소 중립을 염두에 둔 에너지넷의 경우 미래형 발전원 제조, 안정적인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운영, 공급·수요 통합형 에너지관리 시스템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대 부총장은 “모든 에너지 분야를 아우르는 실증단지, 필수 요소기술 육성, 하이브리드 ESS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효율과 자립도를 각각 40%, 50% 높이자는 것이다.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한 메타넷(Metanet) 기술도 유망 분야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6세대(6G) 네트워크 연구개발과 글로벌 표준화 선점에 나서고 초실감형 콘텐츠 플랫폼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형 AI(Distributed AI) 최적화 기술 역시 미래 성장 동력 기술로 꼽힌다. AI 플랫폼·하드웨어, 스마트시티·자율주행 통합플랫폼 기술과 직결된다. 데이터 수집·가공, 권리 침해 예방을 위한 법·제도 개선,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를 연계한 로드맵, 범부처 사업단 구축이 필요하다.
시스템반도체는 AI·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으로 자동차·에너지 등과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분야다. 하지만 미국 인텔, 퀄컴, 브로드컴이 1~3위이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2.2%로 13위에 그친다. 김동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본부장은 “수요기업의 기술 보안을 고려한 R&D, 반도체 분야의 수도권과 지역 대학 정원 규제 개선, 수도권 이외 반도체 제조 시설의 설립 기준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수요처·팹리스·파운드리·소부장 기업의 협력 체제 구축도 과제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는 국내 통신·정보기술(IT) 경쟁력을 바탕으로 항공전자시스템, 비행체 제작, 데이터 활용, 지상관제, 보수·점검 등 막대한 신규 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우리가 추격자인 입장에서 원천기술과 혁신 소재·부품 개발, 산학연 대형 프로젝트 사업, 메타버스 기반 UAM 서비스 활용과 관련된 법·제도·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제조업 공동화 대처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스마트 제조의 경우 미국 등이 메타버스·AI·XR·IoT·클라우드·빅데이터 등 디지털 트윈 기술과 플랫폼을 선점해 막대한 로열티 지출이 우려된다. 따라서 설계·제조 디지털 트윈과 스마트팩토리 기술·제품·서비스 개발 로드맵, 부처 간 협업, 인력 양성,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항노화의약품, 재생의료, 디지털 치료제, AI 신약 개발 등 웰에이징 헬스케어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학연병 협력, 항노화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바이오 클러스터의 활용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과 보건복지를 융합하고 기술 개발, 플랫폼 구축, 생태계 육성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인프라 노화 현상에 따른 디지털 안전진단 기술도 유망 분야다. 손훈 KAIST 건설 및 환경공학과 교수는 “디지털화 구현을 위한 스마트 센싱, 비파괴검사 기술 개발, 빅데이터·AI 플랫폼 구축, 융복합 테스트베드가 과제”라고 설명했다.
원격제어를 통해 주차하는 자율발레파킹시스템(AVPS)도 미래 성장 동력 기술이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주차장 인프라, 통신규격, 원격관제센터 등 기술 개발과 해킹, 개인정보 침해, 사고책임에 대한 보호규정이 필요하다”며 “이 기술을 확장해 현재 세계 6위 수준인 자율주행차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까지 연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