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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불사에도 비둘기 냄새 풍긴 파월…핵심 요건은 인플레 하락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하게 다졌음에도 연준이 경기를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내비치면서 급등했습니다. 나스닥이 4.06% 폭등한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62%, 1.37% 올랐는데요.



앞서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9월 이후 금리인상 경로에 대해 덜 알려줄 것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매파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금리인상에 관한 내용은 살짝 모호하게 여지를 두면서 비둘기파적인 요소를 곳곳에 심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게 비둘기는 아닌데 그렇게 볼 수 있는 장치를 둔 셈인데요. 시장도 여기에 반응했습니다. 다만, 생각해볼 부분이 여전히 있는데요. 예상보다 복잡 다단했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주요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9월 0.75%p 가능하지만 물가·고용지표 2번씩 남아…미국 경기침체 아니다”


7월 FOMC에서 알아야 할 8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① “9월에도 6·7월과 같은 큰 폭의 금리인상 적절할 수 있어. 하지만 더 이상 명확한 가이던스 제공할 수 없음. 앞으로 물가와 고용지표 2번씩 남아. 데이터가 (인상폭) 결정하게 될 것”→해석: 또 한번 0.75%p 가능하지만 확정된 것 아님. 두 달 간 물가·고용지표에 따라 인상폭 조정 가능

② “일부 지표 둔화에도 총수요 강해 경기둔화할 필요. 인플레 해소 없이는 중장기 고용목표 달성불가”→해석: 인플레이션 잡기 중요해. 경기둔화나 침체도 불사할 수 있음

금리인상 더해 침체 리스크 생길 수 있지만 덜 올려 인플레 문제 해결 못하는 게 비용 더 커. 지금 해결해야”→해석: 인플레 해결 안 되면 추가 금리인상 여지

“금리인상 후 연 2.25~2.5%는 대략 중립수준. 약간 제한적인 수준으로 가야. 연말에 3.25~3.5% 수준될 것”→해석: 시장 예상(3.5%)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도 있지만 인플레 풀리면 약간 덜 올릴 수도 있음

“미국 노동시장 강하며 경기침체 아니라고 판단. 다만, 침체를 피하는 길 좁으며 앞으로 더 좁아질 수 있음”→해석: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에도 지금은 침체 아님.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나 피하기가 쉽지는 않음

성명서, “최근 소비와 생산지표가 둔화하고 있다”를 첫줄에 배치. "2분기 둔화 눈에 띄어(notable)→해석: 연준이 경기를 신경쓰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줌

“통화정책이 더 긴축되면서 그동안의 정책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평가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해석: 이르면 9월이나 그 뒤라도 금리인상 폭을 줄일 수 있음을 시사

“금리인상폭 0.25%p로 낮추기 위해서는 인플레가 떨어진다는 강력한 증거 봐야”→해석: 최소 수개월 간 인플레 떨어져야 인상폭 조정



우선 연준은 이날 오후2시에 내놓은 성명서에서 “최근 소비와 생산지표가 둔화하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내용을 발표할 때 가장 먼저 무슨 얘기를 하느냐가 중요한데, 가장 첫 문장에 소비와 생산지표가 둔화한다는 내용을 박은 것이죠. 그 뒤로는 “일자리 증가세가 강하다”, “실업률은 낮다”, “인플레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식으로 전체적으로는 인플레 대응에 무게를 뒀습니다만 처음에 받는 인상이 확실히 남았는데요.

파월 의장은 영리하게 기자회견에서는 “나와 내 동료들은 인플레를 다시 낮추기 위해 강하게 헌신하고 있다. 우리의 목표인 2%까지 내려야만 한다”고 시작해 균형을 맞췄습니다. 모두발언도 경기 얘기로 시작하면 무게중심이 확 쏠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9월 0.75%p의 문도 열어놓았고 중장기 고용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격안정이 최우선이라며 경기둔화와 침체를 불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언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강하게 나왔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특히 총수요가 여전하다고 한 것, 인플레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나중에 치러야 하는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한 것은 물가잡기에 우선 순위가 있음을 확실히 한 것이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생산과 소비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지만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고 봤습니다.

“연준, 성장 문제 첫 인정 전에는 없던 얘기”…파월, “경기침체 불사 의지. 美 침체 아니지만 피할 수 있는 길 좁아”



하지만 앞서 설명드렸듯 비둘기파적인 요소가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습니다. 성명서도 그렇고 연말 기준금리 제시수준도 그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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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가이던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데이터에 따라 하겠다고 한 것은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대로 향후 지침을 덜 준 측면이 있지만 앞뒤 맥락을 고려하면 향후 금리인상폭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죠.

그는 “통화정책이 더 긴축되면서 그동안의 정책이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보고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요. 파월이 제시한 연말 금리수준은 시장 예상(3.5%)과 비슷하거나 낮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파월이 인플레이션을 전면에 앞세우면서도 경기부분을 강조했고, 이것이 정책전환을 위한 첫 단추 아니냐는 해석이 월가에서 나온 거지요. 그 결과 증시가 급등하고 채권금리가 떨어졌죠. 앨런 맥나이트 리전스 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의 발언은 앞으로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연준은 일부 영역에서 경제가 둔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이런 언급은 시장 참가자들에게 약간의 긍정적인 요소”라고 전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또 하나를 명확히 정리했습니다. 바로 경기침체 논쟁인데요. 그는 “미국의 노동시장이 강하다. 올해 상반기에 270만 명이 고용됐다. 이런 상황에서 침체는 말이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에도 이를 부인하는 쪽에 선 것이죠.

그랬더니 그럼 연준이 생각하는 경기침체란 뭐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은 경기침체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며 광범위한 생산감소 같은 예를 들어서 피해갔는데요.

그는 “침체가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우리가 다룰 수 없는 요인이 있어 그 길이 좁고 앞으로 더 좁아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현재는 침체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침체가 올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경제가 강하다는 뜻이지요.

따지고 보면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 둔화 여지를 보였다는 것 자체가 내부적으로는 급격한 경기둔화나 침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도 될 겁니다.

어쨌든 시장 입장에서는 파월 의장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를 하나 더 들었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라고 해도 침체는 아니라고 정리를 해줬으니 말이죠.

여기에 GDP 숫자는 나중에 상당히 수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는데요. 듣기에 따라서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가르기 차우드하리 블랙록 아이쉐어의 미국 투자전략 헤드는 “시장이 오른 것은 연준이 그들의 정책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전에는 없었던 얘기”라고 봤습니다.

“시장 상황 더 봐야 과하게 반응한 측면”…“인플레 떨어져야 가능한 얘기”


하지만 일단 증시만 놓고 보면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안 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전에도 파월 의장의 발언 다음날 시장이 조정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인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특별히 더 도비시한 내용은 아니고 도비시한 냄새를 풍긴 정도인데 시장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본 측면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며 “오늘 시장 반응은 다소 지나친 듯보이며 이러다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죠.

핵심은 시장의 기대처럼 연준이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준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겁니다. 인플레가 떨어지면 모두가 행복한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그렇게 안 되면 다시 금리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요.

파월 의장의 말을 들어보면 인플레가 내려올 것이라는 기대를 깔고 있다고 느껴지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달성되지 않았을 경우인데요. 실제 파월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확고한 자료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추가로 “금리인상을 더해 오는 침체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만 덜할 경우 경제에 높은 물가 상승률을 남긴다”고 했지요. 이는 인플레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물가안정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겁니다.



즉, 앞으로 물가지수가 계속해서 낮아지고 안정화하면 모르겠지만 이 기본 가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월가가 기대하는 전체 그림이 흐트러질 수 있는 셈입니다. 연준은 금리인상을 이어가야만 하구요. 이날 연준은 비둘기파 같은 냄새(뉘앙스)를 일부 풍겼지만 크게 보면 매파적인 기본 틀을 보여줬습니다. 연준의 전망도 그동안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직 연준은 일을 잘 풀릴 가능성을 보고 있는 거구요.

블랙록의 릭 리더는 “연준이 7월 이후 앞으로 2번 더 금리를 올리고 인상을 끝낼 수 있다”며 “9월에는 0.5%p, 이후 0.25%p가 더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앞서 설명드렸듯 인플레 리스크가 어떻게 해결되는지가 관건이겠습니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량을 예고대로 최대 공급가능량의 약 20%로 줄이면서 글로벌 에너지 가격상승과 침체 우려를 빚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물가지표에서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한다면 파월 의장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지요. 고용지표도 그런데요. 그래서 인플레 수치가 앞으로 중요한 겁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GDP가 -1.2%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28일 나올 2분기 GDP와 이후에 있을 2번의 CPI와 고용보고서, 그 사이의 잭슨홀 미팅 등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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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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