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원유 가격 결정 체계 두고 깊어지는 갈등…정부 "낙농협회와 대화 중단"

농식품부 "낙농협회와 정부간 신뢰 훼손"

낙농협회가 정부-낙농가 대화 방해한다고 판단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둘러싸고 갈등 심화

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25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도내 낙농인들이 규탄의 뜻을 담아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우유의 원료인 원유(原乳) 가격 결정 체계 개편과 관련해 한국낙농육우협회(낙농협회)와의 대화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음용유(마시는 우유)와 가공유(치즈·버터 등에 쓰이는 원유)의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기 위해 낙농가, 지자체와 협의 중인데 낙농협회가 이를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논의와 관련해 최근 낙농협회와 정부 간의 신뢰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는 (낙농협회와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제도 개편과 원유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내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목표로 최근 낙농협회와 낙농가·농협·지자체 등과 협의회를 잇따라 열었다. 하지만 낙농협회가 정부와 낙농가간 협의회 진행을 방해한다고 판단, 낙농협회와의 협의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정부와 낙농협회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배경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자리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핵심은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매기는 것이다. 현행 제도 하에서 유업체는 쿼터 내 물량(유업체가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원유량)의 원유를 용도에 상관없이 무조건 ℓ당 1100원에, 초과 물량은 ℓ당 100원에 낙농가로부터 구매한다. 하지만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는 음용유로 쓸 원유 195만톤(제도 개편 초기 기준)은 현행대로 ℓ당 1100원, 가공유 용도의 원유 10만 톤은 ℓ당 800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은 그대로 ℓ당 100원에 구매한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한 것은 소비구조의 변화에 맞춰 낙농산업을 음용유에서 가공유 중심으로 개편하고 국산 가공유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음용유 소비량은 2001년 인당 36.5㎏에서 2021년 32㎏으로 줄어든 반면 가공유가 들어가는 유제품(치즈, 요거트 등) 소비량은 같은 기간 27.4㎏에서 54.1㎏로 대폭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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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제품을 생산하는 유업체가 국산이 아닌 수입산 원유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국산 원유 기본가격이 음용유 기준으로 높게 설정돼 훨씬 저렴한 수입 가공유를 이용하는 것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원유 가격은 ℓ당 1083원인 반면 미국과 유럽은 각각 491원과 470원이다. 그 결과 우유 수입량은 2001년 65만 톤에서 2021년 251만톤으로 늘었고, 우유자급률은 같은 기간 77.3%에서 45.7%로 떨어졌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경기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청년농업인과 낙농제도 개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경기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청년농업인과 낙농제도 개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유업체가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국산 가공유를 구입할 수 있게 돼 수입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부는 유업체가 가공유를 ℓ당 800원에 구입하면 200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유업체는 가공유를 ℓ당 600원에 구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유업체들은 국산 유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산 가공유 가격이 ℓ당 600원으로 형성되면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2026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유럽산 치즈와 음용유 관세가 철폐되는 것을 고려하면 차등가격제 도입을 통해 국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입장이다.

낙농협회는 생산 방식은 같지만 가공유로 쓰인다는 이유로 일부 물량의 가격을 떨어뜨리면 농가 소득이 줄어든다며 반발한다. 낙농협회는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유업체의 농가쿼터 삭감과 수입산 사용을 장려하는 원유 감산 정책”이라며 “쿼터 삭감정책 속 30% 이상 폭등한 사료 가격, 부채 증가로 인해 농가 줄도산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유 가격이 오르는 것은 원유 가격 상승보다는 유업체의 유통마진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현행 제도에서는 올해 전망되는 우유 생산량 195만 톤 중 190만 톤은 정상가격으로 거래되고 5만톤은 초과원유가격(ℓ당 100원)으로 거래된다”라며 “하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195만 톤은 정상가격으로, 추가 10만 톤은 기존 초과원유가격보다 높은 가공유 가격으로 유업체가 구매하게 돼 농가 소득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우유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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