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발달이 만들어낸 ‘초(超) 연결 시대’, 국경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관심도가 국내 뉴스만큼 높아졌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묶이니 EBS ‘세계테마기행’,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처럼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여행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소소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해외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넘어 역사, 문화, 전통을 깊이 있게 알아보려는 경향이 늘어난 것이다.
신간 ‘지리의 이해’는 이처럼 외국이나 외국 문화의 차이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을 겨냥한 책이다. 국내 최초로 지리경제학을 강의하는 이윤 인천대 교수와 인지심리학 전공의 도경수 성균관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해외 여러 나라나 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쉽게 이해하는데 유용한 틀을 제공하려는 것”이 책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저자들은 지리를 알면 세상을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고 강조한다.
책은 해외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일반성과 특수성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먼저 일반성을 경제적 관점에서, 경제발전 단계에 따라 지역이나 시기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규정한다. 이를테면 중국인들의 시간 활용이 ‘만만디’에서 ‘콰이콰이(빨리빨리)’ 문화로 바뀐 건 경제발전에 따라 시간의 가치가 높아진 결과로,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국가들과 비슷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각국마다 일반화할 수 없는 특성은 특수성으로 칭한다. 특수성은 지리적 위치와 지형, 기후, 식생 같은 자연지리 요소와 민족, 종교, 역사, 제도 등 인문지리 요소 외에 집합주의문화나 고맥락문화 같은 문화이론적 요소도 포함한다. 각 지역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책은 특수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어떤 지역별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상대방의 메시지 확인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 건 속내를 굳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중국인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 한국의 카페 문화가 활성화된 배경에도 과거 다방에서 사람들을 만나던 역사성이 기저에 있다.
더 나아가 특수성과 일반성이라는 문화적 틀을 비즈니스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한다. 저자들은 해외 지역별 마케팅 전략을 짜는데 상당히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고 자평한다. 이를테면 한국과 칠레는 지구의 거의 반대쪽에 있어서 문화적으로나 자연적으로나 전혀 다른 국가지만, 이 차이가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무역을 촉진할 만한 동력이 될수도 있다.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