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버스 운전기사 김씨(56)는 모두 쉬는 휴가철이 제일 바쁘다. 피서지로 떠나는 승객 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행 업무가 늘어날수록 좁디 좁은 운전석에 앉아 있는 시간도 길어진다. 어느 날 운행을 마치고 버스에서 내리던 중 허리에 찌릿한 통증을 느낀 김씨. 다음 운행을 취소할 수 없어 휴식시간에 허리를 풀어봤지만 운전석에 앉자 곧 엉덩이부터 시작해 허리 전체를 감싸는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겨우 일을 마치고 이튿날 병원을 찾은 김씨는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긴장된 상태로 장시간 앉아 운전을 이어갔던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혔다. 김씨는 치료를 시작하며 허리에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닫게 됐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7말8초(7월 말, 8월 초)를 맞아 전국 도로가 휴가지로 향하는 자동차들로 붐비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하계 휴가철에는 일 평균 445만 명, 총 8892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측됐다. 덩달아 예상 소요시간도 서울에서 강릉까지 5시간 50분, 서울에서 부산까지 6시간 50분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 시기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은 명절보다 바쁜 일과를 소화해야 한다. 업무 스케줄도 늘어나지만 교통량이 증가한 만큼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몰라 운전 중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 휴가 성수기가 지나면 허리와 목에 통증을 호소하는 기사들이 늘어난다.
실제 좁은 운전석에서 장시간 운행을 이어가는 것은 척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앉은 자세는 척추에 전달되는 하중이 서 있는 자세보다 2배 가량 높기 때문에 운행 시간이 늘어날수록 운전자의 척추에 부담을 누적시킨다. 척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고 척추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의 퇴행성 변화도 빨라진다.
기사들의 나이가 점차 고령화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2019년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버스운송업 종사자의 평균 나이는 52.5세로 전 산업근로자 평균인 41.6세에 비해 10세 이상 높았다. 40~50대가 81.2%로 대부분이고, 60세 이상도 1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디스크의 탄력과 완충 능력이 떨어져 허리디스크에 노출되기 쉬운 만큼 버스 운전기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업무를 병행하며 요통, 허리디스크 등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운전 습관을 지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엉덩이를 의자 안쪽으로 밀착한 상태에서 허리와 목을 곧게 펴면 척추에 실리는 하중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운전 시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앞으로 빼는 습관은 척추 불균형을 야기시키므로 주의한다. 휴게소 방문마다 차에서 내려 허리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거나 기지개를 켜는 등 스트레칭을 실시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평소 관리를 이어감에도 허리 통증이 지속된다면 전문가를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방에서는 허리디스크 및 요통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척추 및 주변 근육의 위치를 바로잡아 기능을 원활하게 한다. 이어 침 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완화해주고, 순수 한약재 성분으로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약침은 통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추가로 증상과 체질에 맞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손상된 척추 조직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한방통합치료의 디스크 질환 치료 효과는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에 게재한 연구 논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이 한방통합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를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요통 시각통증척도(VAS)가 치료 전 중등도 수준인 4.39에서 치료 6개월 후 통증이 거의 없는 수준(1.07)으로 떨어졌다. 10년 뒤 측정 값도 1.15에 불과했다. 한방통합치료의 장기적 유효성을 입증한 것이다.
오늘도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은 전국을 누비며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안내하고 있다. 투철한 직업 정신도 좋지만, 장기간에 걸친 운전 습관이 자신의 척추 건강을 ‘불안전’하게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항상 경계심을 갖도록 하자. /박원상 광화문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