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불 붙은 아르헨 경제 위기…금리 52%→60%로 올리고 경제수장 한달새 세번 교체

올 7번째 기준금리 인상에도

물가 64% 급등 살인적 인플레

연내 세자릿수 도달 전망까지

페소화 가치는 추락 사상최저

IMF 채무상환 놓고 정부 내홍

극심한 경제 불안에 기름부어

AP통신AP통신




살인적인 물가로 경제위기에 빠진 아르헨티나가 한 달 만에 경제부 장관을 세 번이나 갈아 치우고 기준금리를 올해 들어 일곱 차례나 인상하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내홍이 계속되는 데다 극심한 경제 불안으로 사회 혼란이 가중되면서 위기의 불길은 갈수록 거세지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28일(현지 시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새로운 ‘슈퍼’ 경제부 장관으로 세르히오 마사 하원의장을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2일 마르틴 구스만 전 재무부 장관이 돌연 사임을 발표하고 이틀 뒤 신임 장관으로 실비나 바타키스가 취임했지만 3주 만에 또다시 경제 수장이 바뀐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제 부문의 원활한 관리·협력을 위해 내각 재구성을 결정했다”면서 “현 경제부에 생산개발부·농림축산수산부의 기능이 통합된다”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에 경제 수장이 연달아 교체되며 정치·경제 불안이 가중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채무 상환 문제 등을 둘러싼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부통령 간 갈등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2018년 IMF에서 57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2020년 이자 상환에 실패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다. 이에 좌파 여당 가운데 온건파인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구스만 전 장관은 재정적 구조 조정 및 IMF와의 부채 재조정 협상을 지지해왔지만 포퓰리즘과 민족주의에 기반한 강경 페론주의자인 부통령 측의 반대로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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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스만 장관이 사임하고 부통령의 측근인 바타키스가 후임으로 임명되자 경제정책이 번복될 수 있다는 우려로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바타키스 전 장관이 시장 불안을 잠재우거나 분열된 여당 내 정치적 지지를 얻는 데 모두 실패해 내각 개편에 대한 추측이 나돌던 가운데 마사의 임명이 이뤄졌다”고 인사 교체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당 인사 중 비교적 시장친화적이고 정치적 기반이 탄탄한 마사 장관이 임명됐다는 소식에 이날 아르헨티나의 달러 표시 채권 가격이 급등했다. 다만 정부의 근본적인 경제정책 변화 없이는 ‘반짝’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알베르토 라모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아르헨티나에 시급한 것은 신임 장관이 아니라 정치적 압력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경제의 리더십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폭발적 물가 상승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52%에서 60%로 단숨에 8%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64%를 돌파한 데 이어 연내 세 자릿수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뤄진 올해 일곱 번째 금리 인상이다. 극심한 경제 불안으로 지난주 페소·달러 환율은 암시장에서 337페소로 사상 최고치(페소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9월 만기를 앞둔 68억 달러 규모의 국채 상환 여부도 위태로운 가운데 외신들은 신임 경제장관이 “국민의 40%가 빈곤에 시달리고 지출 삭감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한 정치·경제적 도전을 물려받았다”고 전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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