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기관투자가 분들도 저희 상반기 실적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올해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와 이를 반영해 공모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원근(사진) 더블유씨피(WCP)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공모 일정을 한 달 반가량 미룬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WCP는 세계 4위 2차전지용 분리막 생산 업체로 주목을 받으며 올 여름 국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회사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도 2조 7208억~3조 4009억 원으로 상장하자마자 4조 원 이상의 몸값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지난 27일 다음 달 1~2일, 8~9일에 예정돼 있던 수요예측·일반청약 일정을 각각 9월 14~15일, 20~21일로 미루게 되면서 상장 계획을 기존 대비 한 달 반씩 연기하게 됐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보다 좋은 실적을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이처럼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WCP 실적이 우호적이었던 만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지주회사(W스코프코퍼레이션)에서 최근 가이던스(실적 예상치)를 수정해 공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공모가 변경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선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WCP는 이번 IPO를 통해 약 90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공모 자금 대다수를 설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엔 7억 유로(약 9300억 원)를 투자해 2025년까지 헝가리 2차전지 분리막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최 대표는 “헝가리 공장 완공 등을 발판 삼아 2차전지 분리막 시장 점유율을 (2020년 기준 7.8%에서) 14~15%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도 내세웠다. 전기차용 분리막 시장이 전형적인 ‘과점’ 형태를 취하고 있는 만큼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2차전지용 분리막 시장은 배터리·전기차 제조업체에 비해 업체 수가 적은 것이 특징”이라며 “저희가 지난해 영업이익률로 22%를 기록했는데, 2025년엔 이를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론한 또 다른 이유는 WCP가 ‘광폭 생산 기술’ 등을 통해 다른 업체 대비 높은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WCP는 세계에서 가장 긴 5.5m짜리 폭의 와인더(분리막을 감는 기계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와인더 폭이 길수록 한 번의 공정에서 생산할 수 있는 분리막의 면적도 넓어지게 된다. 최 대표는 “저희는 타 경쟁사 대비 분리막 라인에서 1.7배, 코팅 라인에서 2.2배 높은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