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교육격차 해소" 명분에도…학부모 "입시·취업경쟁 가중" 반발

■만5세 초등 입학 추진

교총 "지금도 7세 입학 가능한데 왜 선택 안하겠나"

특정 시점 학생 불이익·사교육 시장 자극 가능성

교육부, 25%씩 분산 입학 추진에도 진통 커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영·유아 단계인 0~5세를 대상으로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에 발맞춰 모든 아이들의 교육을 조기에 지원해 지역별·소득별 격차를 완화·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025년부터 실시한다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9년생 아이들 중 일부가 만 5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취학연령 하향 시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교육부는 연착륙을 위해 4년간 25%씩 입학 연도를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유보통합과 학제 개편 방안 등을 담은 새 정부 교육부 업무 계획을 보고했다. 업무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1년 낮추는 학제 개편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초중고 6·3·3 학제는 손보지 않는다. 교육부는 곧 출범 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최종 추진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이번 학제 개편은 국가 교육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유보통합과 맞물려 있다.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소관 부처가 나뉘어져 있는 데다 정부 지원 규모가 달라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과거 정부에서도 유보통합이 논의됐으나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자격 기준과 처우가 다른 데다 예산 문제 때문에 추진되지 못하고 ‘유보’됐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체계 일원화에 나설 계획이다. 기존 보육 비용 재원을 이관하며 유보통합 이후 발생하는 추가 소요 비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관리·감독 주체인 주무 부처를 어디로 둘지가 논란의 대상이다. 교육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례 등을 참고할 때 교육부가 주무 부처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복지부는 사실상 이에 동의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 부총리는 “관리 주체가 누가 됐든 유보통합이 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있다”며 “정부 취지가 사회적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라서 유치원과 보육을 교육부 품 안에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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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취학 연령 하향을 추진하면서 당장 학부모와 교원 단체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입학 연령을 낮추면 입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학제 개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 문제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에서도 학제 개편이 논의됐으나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 번번이 무산된 바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학습자 삶 중심의 학제 개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33개국 중 초등 취학연령이 6세인 경우가 19개국으로 가장 많고 7세 8개국, 5세 5개국, 4세 1개국 등의 순이다.

특히 특정 시점의 학생 증가에 따른 교사 수급과 교실 확충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교총은 “특정 시점의 학생이 두 배까지 늘 수 있어 교사 수급, 교실 확충과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며 “학생들은 입시·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보는 등 이해관계 갈등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를 예상한 교육부는 4년간 25%씩 입학 연도를 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2025년부터 학제가 개편될 경우 해당 연도에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 입학하고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취학한다.

조기 취학이 사교육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만 5세 초등 조기 취학은 유아들의 인지·정서 발달 특성상 부적절하다”며 “입시 경쟁과 사교육의 시기를 앞당기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만 6세인 현재 초등학교 1학년도 관리가 힘든데 연령을 더 낮출 경우 초등 교사들이 ‘보모’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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