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1일 당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자는 주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언했다. 그는 “저는 왜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야하는지 정치적인 이유도 당헌·당규상 원칙적인 이유도 찾을 수가 없다”며 “다들 이성을 찾고 원칙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치는 국민과 당원을 바라봐야지 권력을 바라보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이같이 말했다. 비대위 전환을 요구하는 이유로 ‘리더십 위기’를 내세우지만 사실 각자의 당권·당직에 대한 욕심 때문에 주장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김 최고위원은 “이 어려운 시기에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저 대통령실의 의중만을 살피며 눈치보기에 바쁜 정치인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라”며 “지난 전당대회에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들은 보수 정당의 혁신과 정권교체라는 열망을 담아 직접 투표를 통해 현 지도부를 선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이 자리(국민의힘 지도부)는 개개인의 정치적 일신에 대한 탐욕 때문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수 있는 가벼운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비대위 전환을 옹호하며 지도부에서 물러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당헌·당규에 비대위 전환의 근거가 없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헌 29조에는 당대표가 사고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선거 득표 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돼있다”며 “권성동 의원은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직무대행인 것이다. 따라서 당대표 직무대행만 그만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권 직무대행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겠다”며 “조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적었다.
김 최고위원은 “당규 96조 3항에는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대표 또는 당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명시돼있다”며 “저는 이 조항을 비상대책위원회로서의 전환은 당대표 궐위시에만 가능하다는 해석 하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당대표 사고 상황이므로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임명할 권한도 명분도 없다”고 반발했다.
김 최고위원은 “언제부터 국민의힘이 이렇게 원칙도 절차도 없이 날림으로 일을 처리하는 코미디 집단이 됐느냐”며 “이런 선례를 남기면 국민들의 비웃음을 살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저에게 비대위 체제 전환을 말씀하시는 선배 정치인들에게 되묻고 싶다. 저보고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라는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