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산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의회가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미국이 경제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견제의 끈을 바짝 조이는 모양새다.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中에 수출 금지”
30일(이하 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미 상무부가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 업체에 1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제조 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앞서 자국 내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가 중국 반도체 업체 SMIC에 10나노보다 미세한 공정을 적용하는 반도체 장비를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이번에 이를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으로 확대한 것이다.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인 램리서치의 팀 아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대(對)중국 수출 제한 조치가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장비로 확대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의 주요 대상이 로직칩을 만드는 파운드리 공장이며 메모리칩은 제외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치의 적용 대상은 SMIC를 넘어서며 대만 TSMC를 포함해 중국에서 운영되는 여타 반도체 제조 공장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에 대한 중대한 국가안보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제조를 위한 중국의 활동을 저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日과는 ‘반도체 동맹’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일본과 차세대 반도체 공동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 경제 협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일본의 상무·외교부 장관은 29일 미 워싱턴DC에서 발족한 '2+2경제대화'에서 이 같은 방안에 합의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은 미일 양국이 핵심 부품을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연구개발(R&D)기구’를 출범시킨다는 데 합의했다며 "일본은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서의) 지속적인 협력을 약속한다"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중요 광물 등 전략 부문에서 공급망 복원력을 육성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정부가 올해 첨단 반도체 R&D 거점을 신설해 2025년부터 생산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70조원 ‘반도체 지원법’은 바이든 서명만 남아
반도체 산업 집중 지원을 핵심으로 한 미국 ‘반도체 플러스 법안’은 지난 28일 의회 문턱을 넘어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해당 법이 발효되면 미국의 반도체산업 발전과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모두 2800억달러가 투자된다.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 390억달러, 연구 및 노동력 개발 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칩 제조 20억달러 등 반도체산업에 520억달러가 지원된다.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한다. 첨단 분야 연구 프로그램 지출도 크게 확대, 과학 연구 증진 등에 2000억달러를 투자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