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헌트' 정우성 "이정재 캐스팅 3번 거절, 평가 더 날카로워질 것 같았죠"에 이어서…
소문난 연예계 절친 정우성, 이정재는 우연치 않게 비슷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오랜 배우 생활 끝에 감독으로 데뷔하게 했고, 본인의 영화에 출연까지 했다. 함께 겪은 일이기에 서로를 더 이해하고 힘껏 응원하고 있다.
개봉은 ‘헌트’가 먼저이지만 연출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정우성이 더 앞섰다. 정우성은 지난 2020년 영화 ‘보호자’ 크랭크인을 하며 연출과 출연을 겸하는 것을 경험했다. 배우로만 작업할 때와는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이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정재가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도, 말릴 수도 없었다. 그저 “하실 수도 있죠”라고 한 마디 보탤 뿐이었다.
“긴 시간 동안 서로의 현장에서의 얻은 경험과 연륜이 있고 각자의 것이 있잖아요. 정재 씨의 경험도 오랫동안 지켜봤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어요. 다만 전 감독으로서 현장에 있을 때의 작업의 양이 다르다는 걸 알고 있어서 지치지 않길 바랐죠. 현장에서 귀를 열고 스태프들의 말을 듣는 감독이 되길 바랐고요.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외로움, 고독에 지지 않길 바랐습니다. 그걸 다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로서 뿌듯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온 작품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자리는 지난 5월 칸 영화제다. 당시 ‘청담동 부부’ 정우성 이정재가 칸으로 신혼여행 갔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우성는 그 이야기를 기억하며 “신혼여행 가서 (완성본을) 처음 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바구니에 담긴 두 계란이 깨질지 안 깨질지, ‘헌트’라는 배가 바다로 뛰어들었을 때 어떤 날씨를 맞이할지, 난파 당할지 순항할지 모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내놓기 전까지 ‘우리의 노력은 다했구나’라는 뿌듯함이 있었어요.”
당시 이정재는 ‘전 세계에서 정우성을 제일 멋있게 찍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을 본 정우성도 그 말에 동의했다고. 그는 “우리가 작업하면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캐릭터를 바라보고 있는 감독이 얼마나 캐릭터를 애정 하는지에 따라 똑같은 장비와 렌즈를 껴도 완전 달라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감독이 캐릭터를 정말로 애정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니까 김정도가 그렇게 나온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미있었어요. 재미를 계속해서 순간순간 느끼기보다는 둘이 연기할 때 만들어지는 공기가 정말 자연스러웠죠. 다른 감독이 연출을 하고 우리는 연기만 했으면 서로 좋다고 했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순간순간 그런 교감을 나누지는 못했어요.”
이들의 프로젝트에 영화인들이 총출동해서 마음을 나눴다. 황정민, 이성민을 비롯해 박성웅, 김남길, 주지훈, 조우진, 유재명, 정만식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크고 작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특별 출연했다. VIP 시사회에는 두 사람과 23년 전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고소영을 비롯해 방송인 유재석, 그룹 방탄소년단(BTS) 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박해수, 정호연 등이 대거 참석해 의리를 과시했다.
정우성은 “고소영도 뿌듯해하고 자랑스러워했다”고 흡족해했다. 그러면서 의외의 인연인 진을 ‘진 회장님’이라고 부르며 “영화를 잘 봐주신 것 같다. 재미있게 봤더라”고 말했다.
“진은 얼마 전에 사적인 자리에서 우연히 알게 됐어요. 처음에 누군지 못 알아봤어요. ‘뭐 하시는?’이라고 물어봤는데 ‘BTS 진입니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죄송합니다. 멤버들이 다 같이 있을 때는 알아보는데 혼자 있을 땐 못 알아본다’고 해명하면서 진 회장님이라고 했죠. 서로 정 회장, 진 회장 호칭하면서 친해졌어요. 이번 시사회도 진에게 ‘2일에 뭐해? 시간 나면 영화 봐줘’라고 했더니 ‘정 회장이 초대해 주시는데 제가 가야죠’라고 하더라고요.”(웃음)
톱스타들의 행렬과 함께 화제가 된 건 시사회 포토월 사진이다. 보통 시사회에 참석한 연예인들만 포토월에 서는 것과 달리, 정우성 이정재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덕분에 잊지 못할 사진들이 남았다.
“정재 씨와 저는 보통 (시사회가) 행사를 위한 행사처럼 끝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오랜만에 하는 영화이니까 손님들을 우리가 맞이하는 게 어떤가 싶었죠. 그런데 저도 시사회 가서 포토월에 서면 뻘쭘하거든요. 우리가 맞아주면 사진 찍는 것도 덜 뻘쭘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같이 찍으니까 배우들이 더 재밌어하는 거 같더라고요. 바로 느껴졌어요. 괜찮은 생각이었던 같아요. 우리끼리 ‘잘했어 우리. 우리가 좀 놀 줄 알아’라고 했어요.”(웃음)
일련의 과정들이 쉽지 않았지만 행복을 느끼고 있는 때다. 이정재는 연출은 너무 힘들다며 손사래를 쳤다. 반면 정우성은 “난 둘 다 좋다. 현장이 좋다”며 “정재 씨도 그럴 것이다”라고 여유롭게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면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즉답했다.
“대신 시간의 간극을 줄여야겠죠. 또 오래 걸리면 지팡이 액션을 할 거예요. 정재 씨는 저와 연출과 배우 역할을 바꿔서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오래전에 받아놓은 (계약금 1만 원에 정우성의 영화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계약서가 있어요.”(웃음)
이정재가 ‘헌트’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고 대중의 평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 ‘보호자’는 아직이다. 촬영은 이미 마쳤지만 코로나로 인해 개봉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대신 내달 열리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두 사람이 나란히 감독으로 초청되며 좋은 기운이 샘솟고 있다. 정우성은 “다행히 토론토에서 두 영화를 초대해 줘서 ‘난 그냥 놀고 있지 않았어’라고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뻤다”며 연출자로서 꿈을 내비쳤다.
“저에게 영화는 행운이에요. 일을 함으로써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큰 축복이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인생의 행운이에요. 그래서 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