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 전기버스 절반 장악한 중국산…승용차 시장까지 넘본다

[차이나 공습에 흔들리는 K미래산업]

<2> 중국의 전기차 공습

2000만원대 1톤 전기트럭도 인기

가격경쟁력 앞세워 상용 시장 잠식

1회 충전 700㎞ 주행 세단 '씰' 등

BYD, 이르면 내년부터 韓출시 전망

르노 등 지분 확보…부품업체도 눈독

韓 자동차시장 영향력 꾸준히 확대

BYD의 전기버스 ‘eBus-12’. 사진 제공=BYDBYD의 전기버스 ‘eBus-12’. 사진 제공=BYD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자동차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 시장 공략에 성공한 중국 브랜드는 이제 승용차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나섰다. 이미 완성차·부품사를 막론하고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전방위적인 중국의 ‘자동차 공습’이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장 잠식한 中 전기버스…BYD는 승용차 판매 준비

5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버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50%에 육박했다. 국내에서 팔린 전기버스 2대 중 1대가 중국산인 셈이다. 2019년 26% 수준이던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지난해 37%로 늘어난 뒤에도 급속히 불어나며 시장 절반을 잠식했다.

전기트럭 시장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둥펑샤오캉 ‘마사다’와 둥펑자동차 ‘젤라EV’ 등의 중국산 1톤 트럭이 판매되고 있다. 마사다는 4월 출시 이후 초도 물량 1000대가 모두 팔렸고 젤라EV도 100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의 최대 무기는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전기버스는 대당 수입 단가가 1억 5000만 원 수준으로 3억 원대인 국산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최대 7000만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으면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이를 아낄 수 있다. 중국산 1톤 트럭도 보조금을 적용하면 가격이 2000만 원대로 낮아진다. 국산 1톤 트럭 포터와 봉고 전기차보다 1000만 원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BYD의 전기 세단 ‘씰(Seal)’. 사진 제공=BYDBYD의 전기 세단 ‘씰(Seal)’. 사진 제공=BYD



상용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중국 브랜드는 이제 승용차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비야디(BYD)는 이르면 내년부터 승용 전기차를 국내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BYD는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에 전기차 64만 7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를 꺾고 글로벌 판매량 1위에 오른 제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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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에 따르면 BYD 한국 법인은 최근 ‘씰(Seal)’ ‘돌핀(Dolphin)’ ‘아토(Atto)’ 등 7개 차종의 상표를 출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씰’이 국내 시장에 처음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씰’은 테슬라 ‘모델3’와 경쟁하는 세단으로 지난달 중국 시장에 출시됐다. 82㎾h 배터리를 적용한 ‘씰’의 롱레인지 모델은 CLTC(중국의 항속거리 측정 표준)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최대 700㎞에 달하는데 판매 가격은 3만 8600달러(약 5000만 원대 초반)에 불과하다. 이 가격 그대로 한국에 출시되면 전기차 보조금 100%를 받을 수 있어 실제 구매 가격은 4000만 원대 초반까지 낮아진다. 최대 528㎞를 주행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가 국내에서 8500만 원 가까운 가격에 판매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BYD는 가격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전기차 기술력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BYD는 전기차와 배터리를 함께 양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며 “전기차 기술력도 기존의 유명 제조사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더 이상 중국산이라는 이유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SM6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르노코리아르노코리아자동차 부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SM6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제공=르노코리아


◇지분 인수에 전기차 생산까지…한국 車산업 파고든다

중국 기업의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은 오히려 늦은 편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중국이 국내 자동차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이미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국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는 등 국내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스며드는 상황이다. 특히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이 산업구조 전환과 생산 물량 감소로 기초 체력이 약화된 국내 부품 업체들을 눈여겨보고 있어 자칫 자동차 산업의 뿌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인 지리차그룹은 최근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지분 34.02%를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중국 자본이 국내 자동차 회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한 것은 2004년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두 번째다. 르노코리아의 최대주주인 르노와 지리차는 올해 초 한국 시장을 겨냥해 지리차 산하 볼보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CMA)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이 차량은 2024년부터 부산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지리차는 이미 이전부터 국내 시장을 향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왔다. 앞서 지리차는 전기차 합작 제조와 판매를 위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부품 업체인 명신과 손을 잡은 바 있다. 명신의 모회사인 엠에스오토텍이 2019년 인수한 한국GM 군산 공장을 전기차 생산에 활용한다. 지리차의 전기트럭 ‘싱샹’을 기반으로 한국형 모델을 개발해 내년 6월부터 만든다는 목표다. 지리차는 지난해 말 스웨덴 볼보와 합작한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국내에 론칭했다. 특히 지리차가 합작 형태를 통해 국내 진출을 타진하는 데는 중국산 모델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을 불식시키고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품 업계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이 국내 중소 부품사를 눈여겨보고 있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기술력은 있지만 당장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부품 업체들이 대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줄면서 국내 완성차 기업의 1차 협력사마저 문을 닫는 상황에서 중국의 먹잇감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계의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회사를 팔고자 하는 중소 부품사가 늘고 있다”며 “중국 기업으로 부품사가 넘어갈 경우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력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유창욱 기자·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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