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우물안 개구리’ 벗는 중국차…북미·유럽·일본서 '전기차 한중전' 예고

[차이나 공습에 흔들리는 K미래산업]

■보조금 등에 업은 中전기차 해외공략

12년 만에 재도전 현대차 이어

BYD도 내년 日시장 뛰어들어

제휴·인수 넘어 직접 현지 진출

中, 작년 50만대이상 전기차 수출

니오 등 신생업체도 문 두드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한중 기업의 도전을 계기로 전기차 전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전기차 등 신기술이 경쟁의 중심축을 이루는 변혁기이자 신흥 세력들이 역전을 노릴 수 있는 호기(好機)다.”



현대자동차에 이어 중국 비야디(BYD)가 일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5일 사설을 통해 우려를 내비쳤다. 일본은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수입 브랜드의 존재감이 미미한 시장이지만 전기차 전환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의 완성차 기업이 연이어 공략에 나서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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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완성차 기업의 일본 진출은 이번 BYD가 처음이다. 현지에서는 자연스럽게 12년 만에 일본 시장에 재도전한 현대차와의 대결 구도를 그리고 있다. 두 회사가 현지 전략 등에서 유사점이 많아 한중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BYD는 내년 1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를 시작으로 소형 해치백 ‘돌핀’과 세단 모델인 ‘씰’을 일본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 자체 개발한 전용 플랫폼 ‘e-플랫폼 3.0’ 기반이다. 현대차가 일본 공략의 선봉장에 세운 ‘아이오닉 5’를 비롯해 향후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라인업들이 중국 전기차와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일본뿐 아니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유럽 등 주요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차의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그간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경쟁력을 키운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해외시장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자동차 업계가 2021년을 ‘쩌우추취(走出去·밖으로 나간다)’의 원년으로 삼고 해외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최근에는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5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수출했다.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유럽으로 향했다. 투 러 시노오토인사이트 전무이사는 “BYD 등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세계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도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주로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해외 시장에 대응해왔는데 최근에는 직접 현지 시장에 진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BYD는 이달 1일 독일·스웨덴 등 유럽 내 새로운 지역에서 승용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지 열흘 만이다. 2020년 노르웨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BYD가 유럽 내 다른 지역까지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이다. 올해 말에는 독일에서도 전기차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차(SAIC)도 지난해 산하 브랜드 MG의 유럽 진출을 선언하고 9월 신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들어서는 BYD·지리차와 비교해 규모가 작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도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연간 판매 10만 대’ 규모로 몸집을 키운 니오(Nio), 샤오펑(Xpeng), 리샹(리오토·LiAuto) 등 중국 신생 전기차 3인방이 글로벌 진출 채비에 나섰다. 특히 이들은 저가형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 전략을 세우는 중국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더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갖춰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니오와 샤오펑은 각각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유럽에 직영 매장을 열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는 니오는 9월 헝가리에 첫 해외 공장을 세워 유럽 공략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헝가리 공장에서는 유럽 시장용 전력 제품을 개발해 생산한다. 유럽 배터리 교환소 건설도 확대한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가 내장되는 일반적인 전기차와 다르게 배터리 교환소를 통해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된 다른 배터리로 바꿔끼는 방식의 전기차 충전 모델을 추진 중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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