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만화 ‘꼬마 기관차 토마스’를 좋아해 클럽 헤드에 캐릭터를 새기기까지 한 김주형(20·CJ대한통운)은 꼬마 기관차처럼 부드럽게 달렸다. 주로 초청 선수로 나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잇달아 좋은 성적을 내면서 출전 대회 수에 제한이 없는 ‘특별 임시 회원’ 자격을 얻었고 지난주 대회에서 7위에 오르면서 다음 시즌 PGA 투어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2022~2023시즌 야무진 활약이 기대됐다.
하지만 김주형은 다음 시즌까지 기다리는 것도 지겨웠던 모양이다. 8일(한국 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세지필드CC(파70)에서 끝난 윈덤 챔피언십에서 우승해버렸다. PGA 투어 첫 우승 기준으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보다도 8개월이나 빠르다.
부지런히 포인트를 모아 PGA 투어 출전권을 딴 것도 대단한데 정식 데뷔도 하기 전에 합계 20언더파 260타로 5타 차 압승을 거뒀다.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8개(보기 1개)로 9언더파 61타를 쳤고 전반 9홀 스코어는 무려 8언더파 27타였다. 이글 하나, 버디 6개에 나머지 두 홀은 파. PGA 투어 역사상 9홀 최소타 2위 기록을 쓴 그는 투어 최초의 2000년대생 우승자가 됐다. 기차로 치면 질주를 넘어 폭주다. 최근 주축 선수 중 상당수를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LIV 골프에 뺏기면서 위기를 맞은 PGA 투어는 김주형이라는 신형 엔진의 등장에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선두 임성재(24)에게 2타 뒤진 3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김주형은 2~4번 세 홀 연속 버디로 간단히 공동 선두에 오른 뒤 5번 홀(파5)에서 2.5m 이글 퍼트 성공으로 단독 선두로 나섰다. 드라이버 샷으로 306야드를 보내고 219야드 거리에서 두 번째 샷을 핀에 붙였다. 이후 6번 홀(파4)에서도 버디를 뽑아 다섯 홀에서 6타를 줄인 김주형은 8·9번 홀(이상 파4) 버디로 전반에만 8타를 줄이는 기염을 토했다.
후반 첫 홀인 10번 홀(파4)에서 첫 보기가 나왔지만 남은 홀에서 버디만 2개를 보태 여유 있게 우승 상금 131만 4000달러(약 17억 원)의 주인공이 됐다. 드라이버 샷 평균 299.5야드, 그린 적중률 94.4%(17/18), 퍼트 수 28개로 ‘미친 라운드’를 완성했다. 전반 9홀 동안 퍼트 수는 단 11개였다.
김주형은 1라운드 첫 홀 쿼드러플 보기(양파)를 딛고 우승까지 달렸는데 이는 투어에서 지난 40년 동안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지난주 로켓 모기지 클래식 때도 마지막 날 9언더파(63타)를 쳤는데 2주 연속 9언더파 몰아치기를 뽐냈다.
김주형은 최경주·양용은·배상문·노승열·김시우·강성훈·임성재·이경훈에 이어 아홉 번째 한국인 PGA 투어 챔피언이 됐다. 20세 1개월로 한국인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도 썼다. 김시우의 기록을 1년 앞당겼다.
이번 우승으로 김주형은 곧바로 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었고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페덱스컵 플레이오프에도 나가게 됐다.
김주형의 롤모델 임성재는 2타를 줄여 재미 동포 존 허와 함께 15언더파 공동 2위(상금 64만 9700달러)로 마쳤다. 한국 선수의 같은 대회 우승·준우승도 처음 있는 일이다. 임성재는 정규 시즌 페덱스컵 순위에서 최종 10위에 올라 보너스 100만 달러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