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원청원제도가 도입된 지 일주일 만에 ‘친명’ 성향의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재명 당 대표 후보의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청원들이 연달아 상위권을 차지하며 당 내 분란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기준으로 민주당 당원청원시스템에는 청원 17건이 올라와 있다. 이 중 이 후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청원은 7건이다. 특히 당원청원제가 지난 1일 도입된 후 처음 올라온 ‘1호 청원’부터 ‘이재명 지키기’라는 논란이 일었다. 검사의 기소와 동시에 당직이 정지된다는 당헌 제80조를 개정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인데,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이 유력한 상황에 대비한 ‘방탄용’ 개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청원은 약 7만 명의 동의를 받으며 ‘5만 명 이상 동의’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당 지도부가 30일 이내에 답해야 한다.
‘개딸’의 요구로 보이는 청원들도 연달아 동의 1만 건을 돌파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고 속칭하는 인사에 대한 당원권을 박탈하고, 지난 대선 이후 대거 입당한 개딸에게 투표권을 부여해달라는 내용이다. 친명계 ‘처럼회’ 소속인 최강욱 의원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린 윤리위원회를 규탄하는 청원도 동의 1만 건을 넘어섰다.
이 밖에도 이 후보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박용진 후보를 징계해달라는 청원이 2건 제기됐다. 청원자는 “박 후보가 지속적으로 상대후보에 대한 비난과 흑색선전을 일삼고 있다”며 후보직 박탈과 징계 및 사과를 요구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청원 제도가 ‘팬덤 청원’으로 변질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의 비명계 민주당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당헌 제80조를 바꾸는 것은 명백히 이 후보를 지키기 위한 개정”이라며 “이 후보가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이 반드시 사당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후보가 대선 때부터 ‘이재명의 민주당’이라는 표현을 쓰며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