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통령실 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쥐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교육부가 대통령실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것이라고 공세 강도를 높였고 장 차관은 사전 의견 조율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교육위 전체회의에는 장 차관이 전날(8일) 자진 사퇴한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신 참석해 업무 보고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장 차관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보고 있는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잡혔다. 쪽지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 설문 조사,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차관은 여기 와서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다”며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비서관이 배후에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 유기홍 교육위원장도 “대통령실 비서관이 차관에게 어떤 것은 답변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이냐”고 짚었다. 이에 장 차관은 “업무 보고는 대통령실과도 협의를 진행하는 부분이라 (대통령실이) 의견을 전달한 것이지, 답변의 책임은 제가 지고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장 차관 발언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현안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한 것이 뭐가 문제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실과 의사소통할 게 있으면 어제 해야지 회의 중간에 해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있냐”며 정부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선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추진하려던 정책을 사실상 철회하는 발언도 나왔다. 장 차관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과 관련 “지금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방안은 하나의 제안 사항으로 보고가 됐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사전 브리핑 과정에서 마치 정책 추진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돼 바로잡으려고 했지만 어려웠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그 안에 대해서 계속 고집하거나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면서 “정책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의견도 듣겠다”고 덧붙였다.